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법과 정의의 여신 테미스 [사진출처-위키백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법과 정의의 여신 테미스 [사진출처-위키백과]

징검다리 연휴로 휴식을 취하는 중 난데없는 대북지원단체 횡령소식이 유력 보수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그 실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5일 [중앙일보]는 "문정부때 지자체서 수억받은 대북지원단체 북에 생필품 안 보내고 횡령한 정황"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3년간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6조 8000억원 규모 국비보조금 감사결과와 별개'라고 전제하고, 전임정부 시절 A단체가 2019~2020년 '생필품을 구입해 북한주민에게 전달하겠다'며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수억원을 수령했으나 이를 북한에 보낸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인 6일 그 실체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이라는 사실이 역시 대표적인 보수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됐다.

[조선일보]는 6일 민화협이 북측에 소금을 보내기로 하고 전라남도로부터 지원받은 5억원을 유용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특정 보도해 전날 [중앙일보]의 보도가 민화협의 대북 소금지원과 관련된 내용임을 확인했다.

대북지원사업을 하는 여러 단체와 개인들로서는 매우 충격적이고 불미스러운 일이다.

민화협은 6일 [조선일보] 보도 이후 보도자료를 발표해 2019년 당시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소금지원을 위해 전라남도로부터 5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았으며, 북측에 해당 품목인 소금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실무진행을 총괄위임한 A업체의 대표가 2020년 10월 사망해 자체적으로 사업실태 조사에 착수했으나 해당 업체의 업무담당자 확인이 불분명하고 민화협 담당자가 사직하는 등 사정으로 인해 내부 조사로는 한계가 있어 올해 4월 초 경찰에 수사의뢰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최근 선임된 손명원 민화협 대표상임의장과 임직원은 당시 진행된 업무 담당자로부터 구체적인 진행상황을 전혀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경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민화협은 이 문제의 책임소재와 관련해 김홍걸 전 대표상임의장과 사업담당자들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소송도 준비하고 있으며, 수사당국에 적극 협조할 터이니 자세한 내용은 추후 수사기관의 결과를 지켜봐 달라는 요청을 덧붙였다.

민화협의 해명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올해 4월 초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고 지금 새로 선임된 대표상임의장과 임직원은 당시 업무 담당자로부터 진행상황을 파악할 길이 없어 경찰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한 점이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는 모두 실체가 불분명한 '사정당국'을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민화협이 이미 경찰에 수사의뢰 한 사안을 두달이 지나 특정 언론에 흘린 것은 사정기관 본연의 수사업무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보도에서는 별개라고는 했지만 '민화협 소금 지원 횡령'문제를 '윤석열 정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국고보조금 투명성 강화' 위반 사례의 하나인 것처럼 두루뭉술하게 다루어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사업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김홍걸 전 대표가 민화협을 설립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제이고 현직 국회의원이며, 곧 민주당 복당 결정을 앞두고 있다는 상황이 언급되고 '대북지원사업의 정통성에 있어서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때와도 비교될만한 일'이며 '북한 주민을 앞세워 사리사욕을 채운 사건'이라는 묘한(?) 보도가 나오기 때문이다.

민화협의 해명을 살펴보면 김 전 대표와 주변인물 들에 의한 개인 비리의 개연성도 있어 보이는 일인데, 사정당국이 정밀한 수사없이 정부 정책방향에 편승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민화협 스스로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하고 수사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나. 사정당국은 법치가 정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 될 일이다.

강조하거니와 절차와 형식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와 법치의 요체이고, 시간이 지나도 두루 확인될 일이다.

1998년 설립 이래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민화협의 활동이 이렇듯 폄훼되는 일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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