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가 정승행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기치를 내걸고 단군조선이 건국된 이래 우리 겨레는 반만년 동안 하나의 강토에서 하나의 핏줄과 언어를 가지고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유산을 간직한 채 운명공동체의 주인으로 삶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수많은 내외의 도전으로 우리 겨레의 운명이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1860년대 중반부터 외세와 본격적으로 접촉한 이래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더구나 지금은 민족이 분단되는 아픔을 겪은 것도 모자라 긴장과 대결을 넘어 전쟁 위기의 짙은 먹구름마저 몰려오는 형국입니다. 이 난세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겨레는 더욱 어려운 형국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화제의 책] 정호일의 『소설 광개토호태왕』(전3권)
정호일, 『소설 광개토호태왕』(전3권), 우리겨레, 2023.3.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렇게 우리 단군민족사에 있어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국면에서 정호일 작가에 의해 『소설 광개토호태왕』(전3권)이 도서출판 ‘우리겨레’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소설 광개토호태왕』은 안팎의 위기, 즉 내부적으로는 자신의 권력 욕망만을 추구하는 세력이 득세하고, 밖으로는 외세의 침략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던 상황에서, 그에 한탄만 하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단군족의 부흥을 꿈꾼 원대한 포부를 실현하고자 치밀하고 담대한 전략 전술로 내외의 위기를 하나씩 극복하면서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루었던 광개토호태왕과 청년장수들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미래의 동량인 청년 장수들의 끈끈한 동료애와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나라의 기틀을 잡아가는 과정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고구려는 기원 371년에 고국원왕이 백제와의 싸움에서 날아오는 유시를 맞고 전사하고, 378년에는 거란의 공격으로 8개 부락이 유린당하고 포로로 1만여 명이 끌려갑니다.

384년에는 고구려의 원수국, 즉 고구려를 침략해 태후를 납치하고 선대왕릉의 시신까지 도굴해간 그 전연을 이어받은 후연이 등장함으로써 고구려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구려를 구할 광개토호태왕이 374년에 출생하여, 13세(386년)에 태자로 책봉되고 18세(391년)에 대왕에 즉위합니다.

재임 기간 광개토호태왕은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의 평화 질서 확립을 놓고 백제, 신라, 가야, 동부여, 왜, 전연, 후연, 거란, 숙신 등과 물고 물리는 각축전을 벌여 단군족의 단합을 이뤄내고 대제국 고구려를 동북아의 강국으로 우뚝 세웠습니다.

오늘날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고구려가 위기를 맞이하고 이를 극복해가는 때와 매우 유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미‧중 간의 패권 전쟁,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미국의 부당한 간섭과 주권 침해, 대립과 대결을 넘어 전쟁 위험으로 치닫는 남북 분단의 현실과 자신의 정치적 야망만을 달성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흡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때, 정호일 작가에 의해 『소설 광개토호태왕』이 출간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호일 작가는 『소설 광개토호태왕』을 통해 현재의 난세를 극복할 지혜와 용기를 얻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자기 자신과 자기 백성을 믿으며 단군족의 단합과 홍익인간, 재세이화를 실현하고자 했던 광개토호태왕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타민족을 침략한 정복군주가 아니라 홍익인간의 정치가로서 『소설 광개토호태왕』을 통해 힘없는 민족이 아닌 위대한 ‘천손민족’이었음에 자긍심을 가져봄 직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소설 광개토호태왕』 출간이 갖는 정치적 의미라면 역사적, 사상적, 실천적, 문학적 의미도 각별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 역사의 큰 흐름은 단군조선과 고구려, 발해, 고려(1135년 묘청의 난)까지는 애국·애민세력이 주도권을 쥐며 나라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러나 묘청의 난이 사대주의자 김부식에 의해 진압된 이후부터는 사대·매민세력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가운데 애국·애민세력을 탄압하는 것을 밥 먹듯이 하고 통치 기반이 흔들릴 때마다 외세를 끌어들여 통치 위기를 넘겨 왔습니다.

그 결과는 일제 항쟁기 36년이 말해주듯 단군민족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릴 위기를 맞이했고, 지금은 또다시 핵전쟁의 위기가 말해주듯 단군민족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저자 정호일이 시종일관 애국·애민사관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서술하고 있으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참다운 역사적 해석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설에서 고구려 역사에 대한 전면적 조명을 통해 새로운 역사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러납니다.

고구려 시기의 역사소설이 많이 나와 있고, 나름대로 고구려 역사에 대한 해석이 시도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처럼 단군조선과 연관시켜 고구려 역사에 대한 전면적 조명과 함께 우리 겨레가 걸어왔던 거대한 역사 흐름 속에서 쓰인 소설은 없습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데서 저자가 애국·애민의 관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견지하려고 노력하는 점은 참다운 역사적 해석의 시도임을 증명하고 남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소설에서 저자는 전쟁이나 사건, 문화 등에 나타나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사람 간의 이해관계와 요구로부터 비롯된 대립과 갈등으로 바라보면서 이를 가장 낮은 차원에서부터 높은 차원에까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점은 사상적 접근 방식의 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소설에서 저자는 철두철미 현재와 미래의 실천적 관점에서 과거의 역사를 재해석하고 대안을 작가 서문이나 후기, 또 소설 본문 내용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단순한 몽상가가 아니라 진짜로 실행되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남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소설에서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주의 입장에서 형상화하고 있는 점은 우리 문단이 반사실주의와 비사실주의가 난무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참다운 문학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저자의 또 다른 저작 『소설 단군왕검(전3권)』, 『홍익인간의 꿈, 소설 최영 장군(전3권)』 등을 통해서 우리 겨레가 얼마나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민족인지, 현시대 개혁은 어떠해야 하는지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정호일의 3대 장편 역사소설(『소설 단군왕검(전3권)』, 『소설 최영 장군(전3권)』, 『소설 광개토호태왕(전3권)』)이 널리 읽혀 우리 조국의 현실과 미래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수많은 토론이 벌어지길 기대해봅니다.

단군민족, 천손민족이 처한 오늘의 위기를 자각하고 우리 자신의 힘으로 극복한다면 우리 겨레의 위대한 중흥을 가져와 조국을 통일하고 만백성이 평화로운 가운데 영원토록 복된 삶을 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에 『소설 광개토호태왕』이 여기에 일정하게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 다시 한번 많은 사람이 읽어볼 것을 권유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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