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민감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풍선을 적극적으로 날리는 것을, 전단을 날리는 것을 독려할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북한주민들의 알권리에 일부라도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법률적으로 차단하는 법 조항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9일 [미국의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장관 인터뷰와 관련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통일부는 그동안 해당 단체에 대해 자제 요청을 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자발적 (중단)방식이라든지 또 필요하다면 (정부가) 경찰관집무집행법(을 행사하는) 등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법률로써 구체적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관의 언급은 사실상 대북전단을 살포해서는 안된다는 게 아니라, 날려도 좋다는 신호로 읽히기 쉽고 또 그렇게 해석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사실은 북한 주민들이 밖의 세상이 어떤지 자기의 처지가 거기에 비교했을 때 어떤지 이런 부분을 알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이 그의 속 생각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지금 북한은) 왕조시대에서 식민 시대로 넘어와서 바로 김일성 체제로 넘어갔기 때문에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될 권리라든가 이런 것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적극적으로 더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진의가 의심스러운 답변도 이어졌다.

권 장관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전단 등 살포를 금지시킨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절대적인 악법'이며, 우선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기대하면서 통일부 차원의 의견서도 냈지만 궁극적으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래서 내년에 선거(총선)가 있는데 그 법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라고 법조항이 없어져야 된다고 하는 그런 세력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장관 직을 수행하는 처지에서 적절치 않다고 하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한 건 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위반소지가 있는 발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북전단금지법 무력화를 위해 '해석지침 변경'이라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거론했지만 권 장관이 "법을 무력화하는 방법은 하나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회에서 새롭게 법을 개정을 하는 것"이라며, 통일부가 해석변경으로 그 법을 무력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 것 정도이다.

이날 권 장관은 이밖에도 여러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비교적 명료하게 입장을 밝혔다.

북 비핵화 정책인 '담대한 구상'과 이른바 '3D'에 대해서도 지금은 "대화로 이끌기 위해서 억제와 단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북한인권문제를 한반도 평화와 연결시켜 설명하기도 했다. 

"자기 국민의 인권조차 존중하지 않아서 자기 주민들과 평화적인 상태를 갖지 못하는 체제가 다른 나라의 어떤 인권을 존중하면서 다른 나라와 평화로운 관계는 절대 갈 수 없다"고 하면서, '한반도의 실질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압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북한 지도부와 주민들에게 한국 통일부수장으로서 어떤 메시지를 보내겠느냐는 VOA의 요청에 지속가능하지 않은 현재 북한의 상황을 직시하라고, 주민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보기 위해 노력하라는 답을 내놓았다.

"북한 지도부에 대해서는 지금의 북한 상황은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것을 분명히 알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기초해서 좀 잘 생각을 해라 북한의 미래에 대해서.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고. 북한주민들에 대해서는 일단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북한 상황에서 쉽지 않지만 어쨌든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노력하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고 했다. 

솔직한 심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소통수단을 갖고 있는 통일부장관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피커로 VOA를 선택한 것이 과연 적절한 지는 의문이다. 올해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의 새 이정표로 정했다는 '행동하는 동맹'(Alliance in Action)의 구체적인 모습이자 마치 상대측에 보내는 '선무방송'을 보는 듯 하다면 과한 것일까.

권 장관이 인터뷰한 VOA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2월 독일어로 첫 방송을 시작해 지금은 48개 언어로 인터넷,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등 매체를 통해 미국의 가치를 전파하는 국영 국제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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