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21세기의 경북 울진은 오지(奧地, 두메산골) 중의 오지가 되었다. 그러나 울진에서 태어난 유영국(劉永國, 1916~2002) 화백은 김환기(金煥基, 1913~1974)와 쌍벽을 이루는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거장이다. 그는 “강렬한 색과 기하학적 구성의 울림으로 서사적 장대함과 서정적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라고 평가받는다.

1. 유영국 화백의 약력

유영국 화백은 1916년에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났다. 경성제2고보를 자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문화학원 미술과를 졸업하였다(1935∼1938년). 2학년 때 제6회 독립미술협회전을 통해 데뷔한 뒤(1936년) 일본의 전위적 추상미술단체였던 '자유미술가협회전'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고(1937∼1942년) 1943년에 귀국했다. 광복 후 1948년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1966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가 되었다.

그는 신사실파(新寫實派, 1947∼1949년), ‘50년 미술협회’(1950년), 모던아트협회(1957∼1958년), 신상회(新像會, 1962∼1964년)를 창립하여 활동하였다. 조선일보사 주최 현대작가초대전(1958∼61년), 세계문화자유회의 초대전(1962∼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1963년) 등에 출품하였다. 또한 현대미술가연합 대표(1960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초대작가(1968), 국전 서양화 비구상부 심사위원장(1970), 국전 운영위원(1976) 등을 역임하였으며, 1979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참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2. 유영국 화백과 유영국 재단

『유영국, 절대와 자유』, 탄생 100주년 기념전 브로셔,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 전시. [자료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유영국, 절대와 자유』, 탄생 100주년 기념전 브로셔,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 전시. [자료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유영국 화백은 울진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그는 ‘울진이 배출한 대표적 화가’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20세기가 배출한 한국의 대표적인 추상화가’이다. 그러나 그와 그의 예술을 기념하는 기념관은 국내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유영국 화백의 예술적 성취와 미술계의 공헌을 기념하고 작품세계 연구 및 한국미술문화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향유와 연구 촉진으로 미술문화 발전 도모할 목적”으로 타계한 이듬해인 2003년 5월 12일 설립되었다.

2002년에 타계한 유영국의 20주기 기념전 『유영국의 색(Colors of Yoo Youngkuk)』이 2022년 6월 9일에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최되었고, 중앙일보는 그 사실을 보도하였다. 중앙일보의 보도는 긍정적인 보도이지만 일방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를 참조하여 이 글을 쓴다.

중앙일보 2022년 6월 13일 자 기사(인터넷에는 6월 12일 자)의 끝에 “한편 ‘유영국미술관’은 2010년경 그의 고향인 경북 울진군에서 건립이 논의되다가 중단된 바 있다. 울진의 산과 바다는 그의 작품에 중요한 모티브로 녹아 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대중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작가가 생전에 거주했던 서울 서초구나 ‘이중섭미술관’과 ‘김창열미술관’ 등이 있는 제주도를 건립 후보지로 추천하기도 했다”라고 하였다.

3. 울진 유영국미술기념관 사업에 대하여

옳다. 울진군이 임광원 군수 시절(2010.7.1.~2018.6.30.)에 ‘유영국미술관’ 건립을 추진한 것은 맞다. 나는 2017년 9월 22일, 금요일 당일 일정으로 황재종 화백을 만나러 울진에 갔다가 불시에 당시 울진의 임광원 군수가 오찬을 함께하자고 하여 하룻밤을 묵고 귀경하였다.

당시 임 군수에게서 들은 말로는 ‘유영국미술관’ 세우려고 그의 생가터를 이미 매입하였고 예산 70억을 확보하였는데, 유족이 처음에는 작품을 기증하겠다고 하더니 사업이 구체화하자 “작품을 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유영국 화백은 1916년생이므로 2016년 탄생 백주년을 맞아 기념관을 개관하려고 의욕을 갖고 군에서 추진한 사업인데 무산된 모양이다.

이에 나는 “유영국 화백 작품 10~20점은 매입하고, 유 화백 이외의 다른 추상화가들 작품과 울진군 출신 화가들 작품은 고가가 아니니 80~100여 점을 매입하라고 권했다. 소장품이 100점이 넘으면 미술관 등록이 가능한데, ‘유영국미술관’이 어려우면 그의 예술세계를 기념하는 ‘유영국미술기념관’이나 ‘유영국기념미술관’으로 하는 것이 방편일 수 있다고도 조언하였다.

또한 나는 ‘유영국미술기념관’은 유영국을 울진 미술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현재 울진지역 미술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중심지로 하여 살아있는 명소가 되게 하여야 한다며 “작품의 기증에는 유상기증이 있고, 무상기증이 있는데, 그 절충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라고 조언하였다.

그러나 이듬해 2018년 임 군수는 공천이 안 되어 3선에 실패하였고, 후임으로 선출된 군수는 문화사업에 별 의욕이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작품을 둘러싼 군과 유족의 줄다리기로 인하여 모처럼 온 착공의 기회가 날아간 것이다. 군과 유족의 이러한 줄다리기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거의 모르고 있다.

4. 유영국미술관의 적지는 어디인가?

울진군이 “지리적으로 대중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라는 것은 사실이다. 2017년 그 어느 토요일 울진군에서 영주를 거쳐 상경하는데 길이 정체되어 6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다. 울진에 울진공항이 건설되어 있지만, 취항하는 항공편이 없다. 그러나 강릉에서 포항까지의 KTX 동해선 공사에 울진역이 포함되어 있어, 앞으로 접근성은 좀 개선되리라 본다.

울진이 오지라고 “‘이중섭미술관’과 ‘김창열미술관’ 등이 있는 제주도를 건립 후보지로 추천”하는 이가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이중섭 화백과 김창열 화백은 한때 제주도 서귀포에 거주하며 창작을 하였던 화가이다. 그래서 미술관 건립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유영국 화백은 제주도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다.

사실 나는 지난 30여 년간 몇 군데 기업의 전문박물관과 개인미술관의 건립이나 운영을 비공식적으로 자문했는데, 이러한 나의 경험을 바탕삼아 보면, 유영국미술관의 첫째가는 적임지는 울진군이며, 그다음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그의 생활 가옥 자리이다. 따라서 울진군에서 유영국미술관 사업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다.

나는 울진군이 유영국미술관을 유치하여 본관을 짓고 서울 서초구에는 유영국미술관의 서울분관을 설치하여 유영국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데, 중심역할을 하였으면 한다.

5. 작가와 작품에 대한 예우는 중요하다

계속되는 중앙일보 기사에 의하면 유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은 “유영국미술관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유족인 저희가 건립과 운영까지 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나서 미술관을 건립하고 운영하겠다면 소장품을 기증하고 100% 협조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울진군은 한수원으로부터 매년 상당액의 지원금이 나온다. 향후 3년간 매년 한수원의 일 년 치 지원금의 1/3만 사용해도 유영국을 세계적인 미술가로 띄우는데 충분한 사업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작가에 대한 충분한 예우를 해 주는 게 좋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기증에도 무상기증이 있고 유상기증이 있다. 작가의 미술품 저작권도 있고, 작품을 대여할 때 대여료도 지급해 주어야 한다. 유영국 화백의 작품을 활용하여 명품 가방을 만들 수도 있다.

울진군과 유족이 운영하는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함께 상호 유익을 주는 방법을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 울진군이 재단에 출자를 하든 재단을 유상 인수를 하든, 아니면 새로운 재단을 만들든, 어떠한 방법을 구상하든 전혀 길이 찾아지지 않는다면 울진군은 독자적으로 ‘유영국기념미술관’이나 ‘유영국미술센터’를 개설하자. 울진군의 문화예술계의 확장을 위해서는 군이 독단적으로라도 가야 한다.

5. 맺음말

2017년이면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지를 공모하기 직전이다. 당시 연말에 나는 임광원 군수에게 “일정한 예산을 세워 국내의 문학작품 수집가 5인의 컬렉션을 모두 매입하시죠. 그렇게 우리 문학작품을 5만 점 이상을 수집하면,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는 울진군이 선점할 수도 있고, 유치가 안 되더라도 울진에 문학관을 세운다면 이를 따라 올 수도 없죠”라고 권고하였다. 그 기본 계획서를 전달한 바 있으나 역시 임 군수의 3선이 실패하면서 무산되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울진군수 당선자 손병복 현 군수는 “7. 문화예술체육” 공약으로 “[문화예술 향유시대]., -다양성 영화 상영 지원(독립 영화, 예술 영화 등)., -문화강좌 최저시급 인상 및 강좌 편성 확대., -상시/기획 전시 정기적 운영 확대., -읍면 단위 다목적 생태광장 조성., -예술인 작품 거래 마켓 운영 확대(기업-공공기관 협력)”을 내걸었다. 그 공약을 보면 무엇인가 문화예술 향유에 목말라 있음에도 문화전문가가 아니므로 그 방법론을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나는 현재의 손병복 군수의 문화공약 의지는 중요하다고 본다. 그 의지를 바탕삼아 키워나갈 방법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은 방법론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인재(人材)와 인재(人才)가 하는 것이다. 울진 출신의 현역 화가로서 황재종 화백 등이 있다. 이러한 울진군 출신의 미술가들의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해서라도 울진에 ‘유영국미술관’은 필요하다.

울진군에 ‘유영국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은 유영국 화백 한 사람에 그치는 일이 아니다. 두메산골 울진의 문화예술계를 확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나는 울진군의 손병복 군수에게 제안한다. “울진군이 나서서 유영국 화백을 세계적인 추상화가로 올려세우는 사업을 군수께서 다시 시작하십시오. 문화 울진군을 위하여 공격적(적극적)으로 문화운동을 하십시오. 유영국 화백의 예술세계가 너무 아깝습니다.”

6. 덧붙이는 말

2022년 6월 다계 20주기전시회가 열리기 이전인 2016년 11월 4일부터 2017년 3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는 ‘유영국, 절대와 자유’전이 개최되었다. 2016년 전시는 유영국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되었다. 유영국 화백의 예술은 이제라도 고향으로 금의환향하여야 한다. 울진군이 먼저 의도를 가지고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