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혁기자(bhsuh@tongilnews.com)



<연방제 통일론 시리즈> 차례
1. 연방제와 국가연합
2. 북한의 연방제 통일정책의 변천
1) 과도적 연방제에서 최종통일방안으로(1960-80)
2) 198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국가연합적 연방제안
3. 김대중정부의 통일방안
4. 남북한 통일방안의 비교 검토
5. 통일방안 합의(대내적, 남북관계 차원)와 전제조건(통일환경 조성)



이 대목에서는 먼저 김대중 `대통령`의 통일방안을 김대중 `정부`의 통일방안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김대통령은 오랜 야당생활을 하면서 통일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식견으로 통일방안을 만들어 왔다. 그것이 소위 `3단계 통일방안`이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김대중정부는 과거 김영삼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나 전두환정부의 `민족화합민주 통일방안`과 같은 구체적인 통일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새정부가 등장하면 새로운 이름의 통일방안을 내놓을 필요성에 대한 회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무엇보다 현단계에서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통해 전쟁 억지와 평화체제 확립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현정부의 판단이 크게 개입되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정부를 이끌고 있는 김대통령의 통일방안은 분명히 있는 것이고, 그 내용과 기본 관점이 현재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김대통령의 통일방안을 살펴보자.

* 왜 3단계인가?

김대통령의 통일방안을 3단계 통일론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가 특정 체제로의 즉각적인 흡수통일이 야기하는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통일을 정치체제 또는 제도의 통일로 국한해서 보는 제한적 인식에서 벗어나 경제, 문화 등 포괄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그 과정은 일정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통일방안은 과거 전임정부의 통일방안과 단계론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점이 있지만, 각단계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대통령은 남북연합-연방-완전통일과 같은 단계를 거쳐 통일을 이루어가자고 역설한다.

김대통령의 통일방안은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의 순으로 되어 있는 김영삼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김대통령의 통일방안에는 화해협력단계를 별도의 단계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남북간에는 이미 기본합의서가 채택되었고, 북미, 북일간 관계개선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화해협력단계를 설정하는 것은 자칫 분단 고착화의 우려가 있다. 또 화해협력단계와 남북연합단계가 `대단히 초보적인 형태의 통일의 기초 확립기`라 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이 너무 길며, 이 단계에서 곧바로 완전통일의 단계로 진입한다는 것은 논리적, 현실적 비약이 따른다는 평가이다.

3단계 통일방안의 3가지 원칙은 자주, 평화, 민주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것은 김영삼정부의 통일방안의 3원칙과 같은 것이다. 이 원칙은 그러나 1972년 남북한 당국이 합의한 7.4공동성명에서 밝힌 통일 3원칙 가운데 민족대단결을 삭제하고 그 자리에 민주를 넣은 것이다.

*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제1단계인 남북연합단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독립적인 남북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상호 경제협력 및 평화공존체제를 확립해 나가는 단계이다. 즉 이 단계에서는 1연합, 1민족, 2국가, 2체제이다.
남북연합단계에서는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3대 행동강령을 구현한다. 즉 남북연합정상회의와 남북연합(각료)회의를 구성하여 분단 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주요 목표이다. 그러면서도 분단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노력도 병행되는데, 군사적 신뢰구축, 군비통제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한다. 또 모든 분야에서 교륙협력을 증진하여 상호공동 이익 및 민족동질성을 제고하는데도 노력한다.

현재 김대중정부의 대북정책은 이 단계에서 추진되고 있다. 정상회담, 각장관회담 등이 정례화, 제도화되면 위에서 말한 남북연합단계의 남북간 회의기구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남북국회회담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정상회담(과 남북공동선언)에서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남한의 국가연합제가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한 것은 △체제 재건 및 안정화가 절실한 북한과 △전쟁 방지가 우선 관심사인 남한의 이해가 맞물려 나타난 평화적 체제공존에 대한 공동 인식을 말한다.
북한이 남한의 국가연합안을 지목한 것은 꼭 김대통령의 통일방안만을 지적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노태우, 김영삼 전임정부의 통일방안에서도 남북간 국가연합단계가 상정되어 있어 남한정부의 통일방안에서 국가연합단계가 보편적이라는 지적이 옳을 것이다.

* 북한의 연방제와 차이점

2단계인 연방단계는 1민족, 1국가, 1체제, 2지역자치정부라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남북한이 대외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고 유엔에 단일가입하게 된다. 즉 정부는 외교, 군사, 주요 내정의 권한을 지닌 연방정부와 일반적 내정에 대한 자율성을 갖는 지역자치정부로 각각 구성된다.

김대통령의 연방단계는 그 이름에서부터 북한의 통일론과 같아 많은 오해와 억측이 있어 왔다. 그러나 북한의 연방제 통일론과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북한의 `연방제`는 최종적인 완성 형태의 통일방안이지만, 김대통령의 `연방단계`는 1체제의 완전통일단계로 가는 과도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둘째, 북한이 제시하는 연방제는 1민족 1국가 2체제 2제도를 성격으로 하고 있는데 비해, 김대통령의 연방단계는 1체제의 성격을 갖는다.

3단계이자 최종 통일단계인 완전통일단계는 1민족, 1국가, 1체제, 1중앙정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연방단계의 정부형태와 국정운영 방식은 해소되고 하나의 중앙정부가 국내외 정책을 책임진다. 최종 통일국가의 정체성 및 지향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복지, 도덕주의, 평화주의 등이다.

※ 김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에 대한 자세한 참조는 아태평화재단,『김대중의 3단계 평화통일론』(1995)을 참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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