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장관은 12일 오후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회담을 갖고 한중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을 협의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장관은 12일 오후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회담을 갖고 한중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을 협의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장관은 12일 오후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회담을 갖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오도록 한중간 긴밀한 협력을 요청했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양 장관은 한중관계와 한반도 문제, 그리고 지역‧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1시간 15분간 화상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69세의 왕이 부장은 지난 10월 개최된 20차 당대회에서 나이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양제츠의 뒤를 이어 정치국원에 올랐다.

외교부는 “박 장관은 올해 역대 최다 횟수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에 우려를 표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오도록 하는 것은 한중간 공동이익으로서 한중간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였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달 18일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규탄 성명이나 결의 채택을 반대했다. 그러나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NPT(핵무기비확산조약) 체제 상 핵무기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박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 자제’와 ‘비핵화 대화의 길’을 ‘한중간 공동이익’이라고 중국측을 설득한 셈이다. 북미, 남북 대화를 ‘비핵화 대화’로 한정짓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가 본령이기 때문이다.

한중 외교장관 화상회의에는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 등이 배석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한중 외교장관 화상회의에는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 등이 배석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외교부는 또한 “박 장관은 중국 측이 우리의 ‘담대한 구상’ 등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길 기대한다고 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 위원은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중국은 ‘건설적 역할’을 자임해 오며, 북미와 남북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려 해 왔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공급망 소통 확대, △한중 FTA 서비스투자 공식협상의 조속한 재개, △항공편 증편, 인적교류 확대 및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의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특히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망체제)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조치로 한류 제한령인 ‘한한령’(限韓令)이 취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한중간 ‘문화콘텐트 교류 활성화’ 합의가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졌는지 관심이 쏠렸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홈페이지에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게재, 한국 외교부와는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 출처 -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중국 외교부는 12일 홈페이지에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게재, 한국 외교부와는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 출처 -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왕이 부장은 강력히 미국을 비판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에 공동으로 맞서자고 제안했다. [사진 출처 -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왕이 부장은 강력히 미국을 비판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에 공동으로 맞서자고 제안했다. [사진 출처 -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12일 홈페이지에 회담 결과에 대해 다소 다른 분위기를 공개했다. “왕이 부장은 미국이 소위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을 제정하고, 미국이 WTO 규칙을 위반했다는 WTO의 판결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고 미국 비판 기류를 가감없이 전했다.

나아가 “미국의 행동이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정당한 권익을 명백히 훼손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바로 국제법규의 건설자가 아니라 파괴자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면서 “모든 국가는 반세계화 낡은 사상과 일방적인 괴롭힘에 공동으로 맞서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공동으로 수호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장관을 앞에 두고 미국이 한국의 권익을 명백히 훼손했다며, 일방적인 괴롭힘에 공동으로 맞서자고 권유한 것.

외교부 관계자는 1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왕의 부장이 얘기한 것은 한중 경제가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에 FTA 후속 협상 그리고 공급망 안정을 위해서 협력을 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나왔던 내용”이라며 “물론 중국이 그 부분을 발췌를 해서 본인들의 보도자료에 부각한 내용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보자면 한중 간의 공급망 관련된 협력을 해나가자는 그런 취지에서 나왔다”고 해명했다.

이날 회담은 지난 8월 중국 칭다오에서 진행된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4개월만에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이날 회담은 지난 8월 중국 칭다오에서 진행된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4개월만에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외교부는 “양 장관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 등 정상간 교류 모멘텀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하였다”면서 외교장관 상호방문, 2+2 차관급 외교안보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인문교류촉진위원회, 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고위급 교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한 양국 외교부간 양자·지역·글로벌 차원의 분야별 소통·협력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한중 미래발전을 위한 공동행동계획」의 채택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였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지난 8월 중국 칭다오에서 진행된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4개월만에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으며, 지난 11월 발리에서 개최된 G20 계기 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양국 간 고위급 교류·소통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에 따라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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