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비위 상하면,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인권상’ 하나도 주지 못하나?”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여성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선정했지만 외교부가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무회의 의결을 무산시키자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관련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8일자 성명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 대한민국 인권상’에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할머니를 추천했지만, 행정안전부가 국무회의에 안건 상정을 하지 않아 최종 무산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심사를 거쳐 확정된 최종 추천 대상자가 국무회의 절차를 거치지 못해 수상이 무산된 경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8일 오후 정레브리핑에서 양금덕 할머니 서훈 무산에 대해 해명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8일 오후 정레브리핑에서 양금덕 할머니 서훈 무산에 대해 해명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8일 오후 정레브리핑에서 “우리나라 상훈법에 따르면, 제7조 서훈을 수여하는 데 있어서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게끔 되어 있다”며 “우리가 지난주 중반에 그런 서훈 계획에 대해서 처음 통보를 받았고, 지난주 후반에 유관 부처에 그러한 의견을 제시한 바가 있다”고 확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적정성 여부를 판단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 아니고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서만 의견을 제시한 것 뿐”이라며 “일반적 관행은 국무회의에 안건을 상정하기에 앞서서 유관부처 간에 차관급 회의를 하고 그전에 실무협의를 거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전 유관부처 간 차관급 회의 등을 거치지 않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외교부가 근거로 제시한 상훈법 7조는 행정안전부장관이 서훈에 관한 의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하면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서훈대상자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사전 실무협의나 차관급 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

앞서, 국가인권위는 예년처럼 지난달 24일 추천단체인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에 양금덕 할머니가 수상자로 결정됐음을 통보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는 매년 관례적으로 시행해온 절차에 따랐고, 수상이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경천동지할 일은 대한민국 인권상과 서훈 수여가 무산되는 과정에 외교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이라며 “외교부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이 이번 인권상 수상 무산의 결정적 이유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고 외교부를 비판했다.

나아가 “만약 외교부가 적격성 여부 등 수상에 심대한 흠결이 있음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순전히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대일 기조에 따른 정치적·외교적 고려 때문이라고 밖에 규정할 수 밖에 없다”며 “일본과 비위 상할 민감한 일 만들지 않겠다는 것, ‘양금덕’ 만큼은 죽어도 이 상 못 받게 하겠다는 것 말고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8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이 제공한 영상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양금덕 할머니는 8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이 제공한 영상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이 제공한 영상에서 양금덕 할머니는 “내가 이렇게 나이는 먹었어도 상을 준다는 것이 흐뭇하고 좋았는데, 뭣 땀시(때문에) 상을 안 준다 하니... 기분이 아주 좋다가 말아 버렸다”며 “참 (일본의) 사죄 한 마디 듣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서운하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도 8일자 성명에서 ““일본에 사죄받는 것이 첫 번째 바람”이라는 양금덕 할머니는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인권회복을 위해 지난 30년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미쓰비시중공업에 사죄배상을 요구해왔고, 법정투쟁으로 2018년 11월 29일 역사적인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라며 “양금덕 할머니는 이미 시상식 참가를 위해 KTX 예매까지 마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외교부는 7월 26일 대법원에 사실상 일본기업의 자산 매각을 보류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해 판결 이행을 멈추게 하더니, 이번에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상 수상을 이례적으로 개입했다”며 “일본 눈치 보느라 강제동원 피해자 인권회복 막아선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고 밝혔다.

 

규탄 성명서(전문)

‘대한민국 인권상’까지 일본 눈치 봐야 하나!
외교부, 강제집행 이어 양금덕할머니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도 제동

설마했던 일이 벌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 대한민국 인권상'에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할머니를 추천했지만, 행정안전부가 국무회의에 안건 상정을 하지 않아 최종 무산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심사를 거쳐 확정된 최종 추천 대상자가 국무회의 절차를 거치지 못해 수상이 무산된 경우는 처음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해 시상하는 ‘대한민국 인권상’은 인권옹호와 인권 발전에 뚜렷한 공적이 있은 인사에게 시상하는 것으로, 인권분야 최고 영예로 여겨지고 있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재학 중 ‘여자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로,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한 이래 올해 꼭 30년 동안 일제피해자 권리회복 운동에 기여해 온 대표적 인사다. 특히 2018년 대법원 승소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법원의 배상 명령을 4년 넘도록 이행하지 않으면서, 한국 내 자산 강제매각 문제를 두고 한일 간 갈등의 한 축에 서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4일(11.24) 추천단체인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에 ‘귀하(양금덕 할머니)께서 '2022 대한민국인권상' 수상자(훈격: 국민훈장모란장 예정)로 결정되셨음을 알려드리오며,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다만 국민훈장의 경우, 현재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절차가 남아있어, 공문 송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 통지를 전한 바 있다.

특히 경천동지할 일은 대한민국 인권상과 서훈 수여가 무산되는 과정에 외교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즉, 외교부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이 이번 인권상 수상 무산의 결정적 이유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무회의 최종 심의 과정에서 관련 부처 의견을 듣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의 하나로, 결격사유가 있지 않는 한 이견 없이 통과되는 것이 관례다.

특히 실무 주관 국가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적격성 여부 등 대상자에 대해 면밀한 심사를 거쳐 최종 추천한 상태에서, 외교부는 어떤 결정적 이유가 있어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인지, 당장 밝혀야 할 것이다.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관련부처 의견 때문에 최종 수상자 선정이 무산된 경우가 과연 언제 있었는지 그 사례를 제시해 보라.

만약 외교부가 적격성 여부 등 수상에 심대한 흠결이 있음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순전히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대일 기조에 따른 정치적·외교적 고려 때문이라고 밖에 규정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일본과 비위 상할 민감한 일 만들지 않겠다는 것, ‘양금덕’ 만큼은 죽어도 이 상 못 받게 하겠다는 것 말고 무엇인가!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비위 상하면,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인권상’ 하나도 주지 못하나? 외교부가 앞장서서 추천해도 부족할 판에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며 30년 동안 일본과 한국을 오가고,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고군분투해 온 한 많은 일제 피해자에 대해 일본도 아닌 우리 정부가 이렇게까지 집요하고 철저하게 짓밣을 수 있나? 지난 9월 박진 장관을 만나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해온 양금덕 할머니의 바람이 일본에 거슬리기라도 했던 것인가! 이것이 저자세 외교, 굴욕외교가 아니면 무엇인가?

외교부는 앞서 지난 7월 26일 미쓰비시중공업 한국내 자산(특허권, 상표권) 특별현금화 명령 재항고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사실상 판결 보류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난데없는 ‘의견서’ 제출로 강제집행을 방해하더니, 이번에는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통해 ‘인권상’ 수상까지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의 사주를 받는 것이 아니라면 정상적인 나라에서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윤석열 정부가 이 정도라면, 차라리 피해자에게 어서 죽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건 나라가 아니다. 국민들과 함께 다시 한번 개탄한다.

2022년 12월 8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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