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파업은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참모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이 같은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최근 윤 대통령이 노동자의 기본권인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불법과 범죄”라고 말한 것을 상기한다면 그 의도를 간파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 5일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부연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 핵문제도 원칙에 따라 대응했으면 이렇게까지 안 왔을 것이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공갈·협박 전략과 민주노총의 행태가 똑같다는 이야기”라며 “과거처럼 타협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이야기였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여당인 국민의힘은 5일 화물연대 상급조직인 민주노총을 향해서 “조선로동당 2중대 아니냐”고 색깔을 칠하기도 합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노총 홈페이지에는 북한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가 ‘민주노총에 보내는 련대사’라는 제목으로 보낸 글이 자랑스러운 듯이 올라와 있다”면서 “조선로동당의 2중대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글들이 올라올 수 있겠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앞서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북한을 대변하는 민노총, 차라리 ‘민로총’으로 이름을 바꿔라”며, 북한에서 인정하지 않는 두음법칙 표기법에 빗대 민주노총을 비꼬기도 했습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12일차를 넘고 있으며, 민주노총은 6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북한군은 5일 발표문을 통해 남한 측이 발사체 수십 발을 동남 방향으로 쏴서 동·서부 전선 부대들에서 130여발의 대응 포사격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북 간 군사적 무력시위가 17일 만에 재개된 것입니다.

핵을 위시한 북한의 무력시위와 민주노총을 위시한 노동자들의 파업. 물론 정부가 처리하기엔 쉽지 않은 문제들이지요. 하지만 역대 정부들처럼 감당해야 할 몫이자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노동자 파업과 북한 핵문제를 연결시켜 불온시하는 것에는 결정적 하자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집권세력의 대북관과 대노동자관이 극단적인 적대의식과 대결의식에 쌓여있어 유감입니다.

먼저, ‘화물연대 파업=북핵 위협’이라는 등식은 견강부회이자 전형적인 ‘내로남불’입니다. 물론 화물연대의 파업과 북핵문제가 집권세력에게는 골칫덩어리일 수는 있지만, 그 둘은 각각 고유성이 있는 서로 다른 사안이지 하나로 퉁쳐 동일시할 사안이 아닙니다. 게다가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주장과 북한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막가파식 내로남불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문제인 민족문제와 노동문제를 허투루 다루고 있습니다. 북핵문제를 포함해 남북문제를 잘 해결해 민족화해로 접근하고 또 노사정 갈등을 잘 풀어 국민화합으로 나아가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둘을 한데 묶어 적대적으로 대하다니요, 아주 야만적인 잣대입니다.

분단된 나라에서 어느 정치세력이든 민족문제와 노동문제는 감당해서 해결해야 할 몫이지 적대시해 타도해야 할 대상이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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