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시정연설하는 윤 대통령. [사진제공-대통령실]
25일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시정연설하는 윤 대통령. [사진제공-대통령실]

25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강행했다. 

민주당은 국회와 야당을 겨냥한 비속어 등 사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윤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하자 소속 의원 전원이 로텐더홀에서 피켓 시위를 전개하고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사전 간담회에도 불참했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시작하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통해 규탄대회를 이어갔다. 

이에 앞서, 이재명 대표는 “어제(10.24) 국정감사 마지막 날에 제1야당의 중앙당사가 침탈당하는 폭거가 발생했다”며,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는 정상적인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성토했다.

“정치는 사라지고, 폭력적인 지배만 남았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이런 방식으로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이제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 이렇게 선언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국제 외교현장에서 국회를 ‘이 XX들’로 표현”한 것에 대해 시정연설 전에 사과하고 매듭지으라고 요구했으나, “대통령은 어제 “시정연설에 조건은 헌정사에 들어본 적 없다”라고 답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께 묻고 싶다”면서 “역대 대통령 중 국제 외교현장에서 우리나라 야당을 향해 버젓이 비속어로 공격한 적이 헌정사에 있었는가”라고 지적했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민주당 의원들. [델리민주 영상 갈무리]
국회 로텐더홀에서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민주당 의원들. [델리민주 영상 갈무리]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께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면서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의 추세 속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면서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 그리고 공급망의 블록화라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최근 유례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위협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으며, “핵 선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뿐 아니라 7차 핵 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이 비핵화의 결단을 내려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이미 취임사와 8·15 경축사에서 밝혔듯 우리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통한 정치·경제적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시기에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하여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주고, 미래 성장을 뒷받침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당부했으나, 제1야당이 호응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시정연설 직전 사전환담. [사진제공-대통령실]
시정연설 직전 사전환담. [사진제공-대통령실]

정의당도 싸늘한 반응을 내놨다.

김희서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늘 국회 시정연설 전 가진 여야대표 비공개 환담에서 지난 비속어 파문에 대한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의 사과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의 사과는 얼어붙은 여야 관계를 풀 최소한의 선결 조건”인데 “사과마저 ‘국익’ 운운하며 거부하는 것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라며 “비속어에 대한 사과가 도대체 누구의 국익을 저해한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국익이 아니라 대통령의 위신을 걱정하는 것이 솔직한 속내 아닌가”는 지적이다.

김 대변인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국회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 거기에 국회를 향한 윤 대통령의 비속어는 들끓는 여야 관계에 기름을 들이부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면서 “대통령의 사과 거부는 국회와의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하십시오”라고 촉구했다. “국회와의 협력 없이 정부조직 개편, 내년도 예산안 그 무엇도 처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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