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에서도 녹화공작으로 인해 피해본 이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밀정공작 의혹 김순호 경찰국장을 경질하고, 경찰국 신설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이사장 김병국)와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상임대표 김율현) 소속 회원들은 9월 5일 오전 대전경찰청 정문 앞에서 ‘밀정공작 앞잡이 김순호 경질! 경찰국 신설 철회! 녹화공작 성역 없는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 취지 발언에 나선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김병국 이사장은 “민주화운동과 노동자의 권익을 위하여 일신의 영달을 멀리하고 독재정권과 싸워왔던 저희들은 동지를 밀고하여 그 댓가로 경찰에 입문하고 그 이후에도 고속승진하며 일신의 영달을 누리고 있는 김순호를 그냥 둘 수가 없다”며, “김순호를 단죄하여 역사의 정의가 바로 서는 시대를 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치안본부 대공분실의 음습함과 독재정권의 통치행위가 배어 있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며 “민주경찰로 민중의 지팡이로 경찰이 바로 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황식 한남대학교민주동문회 부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풀어냈다. 한남대학교 85학번 김황식 부회장은 87년 개헌투쟁과 88년~89년 통일 투쟁을 한 뒤 1990년 8월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군대에서 ‘민족한남활동가조직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구속되었다.
김황식 부회장은 수사를 받던 중 조사관이 보여준 문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학생회 고위간부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문건들이 조사관들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김황식 부회장은 “결국 저는 떨리는 손으로 그 이름들을 베끼어 써가면서 울분과 배신감,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과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리는 제 모습에 울고 또 울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민족한남활동가조직사건’으로 군복무자 6명, 민간인 6명이 구속되었고, 출소하여 세상에 나와 보니 내부에 배신자와 조력자가 있다는 논란으로 서로들 싸우다가 평생 화해할 수 없는 길로 갈라섰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아산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이종명 목사도 507보안사 녹화공작 피해자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에 나섰다.
이종명 목사는 1983년 당시 목원대학교 학생으로 학생운동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2학기가 시작되자마다 옛 충남도청 건너 당시 충남기업사라 불리던 507보안사에 끌려가 고문과 구타를 당하며 정보원이 되라는 협박을 받았다. 이 목사는 그곳에서 사흘 만에 풀려났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동향들을 매일 매일 보고해야만 공작활동을 해야만 했다.
이종명 목사는 “양심상 치명적인 일들은 고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매일 있는 집회들이나 동료들이나 친구들의 이름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고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고통스런 생활은 3개월 간 지속되었고, 폭력 사건에 휘말려 3개월 정도 감옥에 갔다 온 후에서야 공작 활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종명 목사는 “다니던 학교는 제적돼 있었고, 전과자가 돼 있었고, 그 이후에 제 삶은 상당히 오랫동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어쩌다가 그때 당시를 생각하면 깊은 상처로 생각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의 절절한 발언을 뒤로 기자회견이 낭독되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 지역에도 녹화공작의 피해자들이 있다.”며, “몇몇 분들은 이미 고인이 되었고,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아직도 그때의 기억에 괴로워하고 있으며, 그 당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을 정도로 고통의 짐을 짋어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안사나 기무사 등이 수많은 민주화 학생운동 출신자들을 대상으로 ‘인간을 개조한다’라는 목적으로 시행했던 녹화사업, 사실상 밀정공작에 대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피해자에게는 명예회복과 법적 배상, 가해자에게는 국가폭력, 국가범죄라는 점을 고려하여 시효 없이 응당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경찰국 신설은 정부조직법에 어긋나고 또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폭거임이 분명하다.”며, “법치주의와 헌법,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경찰국 신설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