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바로 잡아야 한다. 왜곡된 기념사업을 바로 잡아야 한다.

1.

무엇이 왜곡되었는가? 허준(許浚, 1539~1615)의 고향과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저술지와 허준의 사망지가 서울 강서구 가양동으로 왜곡되었고, ‘허준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허준이 강서구와 관련이 있는 것은 허준이 양천허씨(陽川許氏)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강서구 공암(孔巖) 지역은 양천허씨 시조 허선문의 전설적 유적지일 뿐이다.

『허준의 고향과 묘소』, 허준의 고향 ‘황해북도 장풍군 국화리’와 묘소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는 휴전선(DMZ)을 중간에 두고 북과 남으로 나뉘어져 있다. [사진 제공 - 이양재]
『허준의 고향과 묘소』, 허준의 고향 ‘황해북도 장풍군 국화리’와 묘소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는 휴전선(DMZ)을 중간에 두고 북과 남으로 나뉘어져 있다. [사진 제공 - 이양재]

허준의 고향은 강서구 가양동이 아니라 옛 ‘장단군 대강면 우근리’의 양천허씨 집성촌이다. 그곳은 현재 북한의 ‘황해북도 장풍군 국화리’이다. 허준의 귀양지는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이 아니라 ‘평안북도 의주’이며, 허준은 여기에서 『동의보감』을 탈고하였다.

허준의 사망지 역시 강서구 가양동이 아니다. 허준이 사망할 당시 그는 귀양에 풀려 한양으로 돌아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그의 아들 허형욱이 파주목사를 지낸 바 있어 허준이 사망할 당시 고향에서 멀지 않은 파주목에서 사망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사실에 입각한 ‘허준기념관’과 기념사업은 경기도 파주시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왜곡된 기념사업을 바로 잡아야 한다.

2.

무엇이 왜곡되었는가? 『몽유도원도』로 유명한 조선초기의 화가 현동자 안견(安堅)의 고향이 충남 서산 지곡(地谷)으로 왜곡되었다. 안견은 지곡안씨(池谷安氏)이다. 지곡(池谷)은 지곡(地谷)이 아니다.

못골 지곡(池谷)을 땅골 지곡(地谷)으로 우겨서 충남 서산에 ‘안견기념관’을 만들고, 안견예술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안견과 관련 있는 지명 지곡(池谷)은 ‘경기도 광주군 대왕면 지곡리(池谷里)’로서, 지금의 ‘서울시 강남구 자곡동(紫谷洞)’이다. 그곳에는 아직 지곡(池谷), 즉 연못이 있는 못골이 있다.

이제라도 사실에 입각한 ‘안견기념관’을 서울시 강남구에서 다시 세워야 한다. 왜곡된 기념사업을 바로 잡아야 한다.

3.

무엇이 왜곡되었는가? 조선후기 실경산수의 대화가(大畵家)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1816년경)의 고향이 경기도 안산으로 왜곡되었다. 단원 김홍도가 어려서 표암 강세황에게 그림을 배웠다는 기록을 오해하여 단원의 고향이 안산이라고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단원의 고향이 안산이라는 문헌은 아무 곳에도 없는데, 안산시에는 단원구가 생겨났다. 오히려 단원 김홍도는 ‘서호(西湖)’라는 자호(自號)를 썼는데, 서호는 지금의 ‘마포구 당인리발전소’ 아래에 있는 한강을 말한다.

단원 김홍도의 고향을 재고증하여 왜곡된 기념사업을 바로 잡아야 한다.

4.

어찌, 허준과 안견과 김홍도만 왜곡되었겠는가? 제주도 서귀포시의 제일 아름다운 해변에는 ‘서복공원’과 ‘서복전시관’이 있다. 서복은 진시황을 농락하고 사기를 친 희대(稀代)의 간신(奸臣)이다. 그는 제주도에 오지도 않았는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전설(傳說)에 그가 서귀포를 들렀다며 그의 공원과 전시관을 대규모로 세운 것이다.

『서복전시관』, 제주도 서귀포시 칠십리로 156-8(서귀동). Ⓒ서귀포문화예술포털. 진시황 시절 희대의 사기꾼 서복을 기리고 있는 것 아닌가? [사진 제공 - 이양재]
『서복전시관』, 제주도 서귀포시 칠십리로 156-8(서귀동). Ⓒ서귀포문화예술포털. 진시황 시절 희대의 사기꾼 서복을 기리고 있는 것 아닌가? [사진 제공 - 이양재]

민족 정체성이 없는 사대주의자들의 극치인가? 중국인 관광객을 의식한 정치적 성격이 있는 시설이지만, 분명 이는 역사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서복공원’과 ‘서복전시관’으로 인하여 제주인들의 정체성은 부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양고부(良高夫) 삼성(三姓)의 후손들은 알기는 할까?

이처럼 정치적 목적에 의하여 지금 우리나라는 사회 전체가 왜곡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더 이상 왜곡시키지도 말고, 왜곡에 속아 넘어가지도 말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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