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노이 노딜 이후 "사활적 문제"로 강조


변학문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2021년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2022년 열린 최고인민회의 등 북의 주요 회의에서 재자원화가 주요 과제로 계속 언급되고 있다. 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등에는 모든 부문과 단위들이 재자원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기사가 반복적으로 실리고 있다. 

같은 해 10월 초~11월 말로 예정된 [전국국토환경보호부문 과학기술발표회-2022] 2차 발표회에서는 도로, 강하천 부문과 함께 재자원화 부문의 연구성과가 발표된다고 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처럼 북의 각종 회의와 매체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재자원화 동향에 대해 살펴본다./필자 주

김일성 집권기부터 재자원화에 관심 

북에서 말하는 '재자원화'는 재활용, 재생이용, recycling과 같은 의미이다. 북은 김일성 집권기부터 각종 생활폐기물이나 생산현장에 방치된 고철, 폐고무, 버럭(탄광, 광산 등에서 나오는 잡돌) 등 유휴 자재를 회수해서 이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국가 경제 전반을 에너지 절약형, 자원 절약형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재자원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 

절약형 생산공정을 강조하는 북의 선전화 (조선중앙통신, 2018.1.31)
절약형 생산공정을 강조하는 북의 선전화 (조선중앙통신, 2018.1.31.)

예컨대 2014년 10월 환경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도시오물의 재자원화' 조항을 신설하였다. 실제로도 도시 오물의 100% 재자원화를 목표로 내걸고 평양시 력포구역을 필두로 평양의 모든 구역, 함흥, 강계 등 주요 도시에 순차적으로 오물처리공장을 건설해왔다. 

2017년 8월에는 해외 재자원화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또 국가과학원 자연에네르기연구소가 생활오수를 재자원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재자원화 기술 연구개발도 점차 활성화했다.

평양시 모란봉구역 오물처리공장 (로동신문, 2020.8.29.)
평양시 모란봉구역 오물처리공장 (로동신문, 2020.8.29.)

'하노이 노딜' 후 "사활적 문제"로 부상

2019년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소위 '하노이 노딜' 한 달 반 뒤인 2019년 4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재자원화를 경공업 부문의 "사활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의 입장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은 2016년 하반기 이후 가해진 초강력 대북제재의 해제 또는 완화 가능성이 사라지고 자원 수급의 극심한 제약이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재자원화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재자원화는 경공업 부문만이 아니라 모든 부문, 국가기관·연구기관·생산현장·학교 등 모든 곳의 핵심 과제가 됐다.

2020년 4월 [재자원화법] 채택

이로부터 1년 뒤인 2020년 4월 북은 재자원화 사업의 목적과 원칙, 주요 과제, 사업 절차, 평가 및 처벌 등 재자원화와 관련한 제반사항을 규정한 [재자원화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는 재자원화가 경제 발전의 중요한 동력으로서 전 국가적·전 인민적 사업이기 때문에, 모든 기관, 기업, 단체, 주민들이 재자원화 사업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각 단위들은 국가 재자원화 발전전략에 기초해서 자기 단위의 재자원화 계획을 세우고 반드시 집행해야 하고, 만약 이걸 달성하지 못하면 경제계획에 미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되어 있다. 

[재자원화법]에는 이와 함께 재자원화 관련 연구개발의 강화 및 연구성과의 적극 도입, 재자원화 과정에서 엄격한 환경오염 방지대책 수립 및 실행, 국가 품질기준을 만족하는 재자원화 제품 생산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2020년부터 재자원화 연구개발 활성화

위와 같은 흐름 속에서 재자원화 관련 연구개발이 2020년부터 크게 활성화되었다. 

2020년은 코로나 19에 대한 북 당국의 강력한 대응의 일환으로 모든 과학기술 전시회가 취소되고 방역 활동에 연구역량이 대거 투입됨에 따라 과학기술계의 연구개발이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당시 북의 보도를 보면 이러한 상황에서도 재자원화 관련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은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표 1]과 [표 2]는 2020년 북 매체에 보도된 재자원화 관련 성과의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과학원·대학·내각 각 성 산하 연구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성과를 냈으며, 생산현장들도 탄광·광산·경공업 공장·기계부품 공장 등 여러 곳에서 각종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했다고 한다. 
 

[표 1] 연구기관과 대학의 2020년 재자원화 관련 주요 연구개발 성과
[표 1] 연구기관과 대학의 2020년 재자원화 관련 주요 연구개발 성과
[표 2] 생산현장의 2020년 재자원화 성과
[표 2] 생산현장의 2020년 재자원화 성과

당과 내각이 핵심 국정과제인 재자원화 실현을 적극적으로 독려했고, 각 단위들도 눈앞의 현실인 자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에 재자원화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재자원화의 필요성을 다룬 북 영상물의 한 장면 (조선중앙TV, 2021.11.3.)
재자원화의 필요성을 다룬 북 영상물의 한 장면 (조선중앙TV, 2021.11.3.)

재자원화 사업의 문제점 여러 차례 지적

그런데 북은 2020년 5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국가계획위원회 간부들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당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재자원화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연구기관들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주제가 아니라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작은 연구에 집중하고 있고, 중장기적인 전망과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채 자연발생적, 무계획적으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생산현장들에 대해서도 당장의 이익에만 매달려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품질도 나쁜 재자원화 사례들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국가계획위원회 간부들은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2020년 4월에 제정한 재자원화법에 근거해서 전문화, 실리 보장, 환경보호를 원칙으로 재자원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자원화 사업에 대한 대대적 검열, 총화 진행

실제로 북은 2021년 들어, 구체적인 기간을 확인할 수 없지만, 재자원화법을 각 단위들이 잘 집행하고 있는지 대대적인 검열을 진행했다고 한다. 

2021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그 검열 내용을 토대로 재자원화법 제정 이후 진행된 재자원화 사업의 성과, 경험, 결함, 교훈 등을 전면적으로 분석했고, 이 논의 결과에 기초해서 "재자원화법을 철저히 집행할 데 대하여"라는 결정을 채택했다. 

아쉽게도 북이 이때의 검열 감독 결과와 최고인민회의 결정을 공개하지 않아서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일련의 움직임에서 북이 재자원화를 그들이 말한 대로 사활적 문제로 다루고 있음은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11월에 완공된 해주시 오물처리공장 (로동신문, 2021.11.26.)
2021년 11월에 완공된 해주시 오물처리공장 (로동신문, 2021.11.26.)

VNR에도 '재자원화' 언급

북은 2021년 7월 1월 금속공업법과 화학공업법을 채택하면서 재자원화를 각각 금속 생산의 원칙, 화학제품 생산 시 지켜야 할 법적 의무로 규정하는 등 재자원화를 경제 모든 부문의 과제로 계속 강조하였다. 

북은 같은 달 UN에 제출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의제 이행에 대한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 즉 VNR에도 산업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의 재사용·재활용을 전 국가적으로 크게 장려하고 있고 재자원화법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이 UN에 제출한 VNR의 재자원화 서술 부분 
북이 UN에 제출한 VNR의 재자원화 서술 부분 

2022년에도 재자원화는 핵심 목표

북은 2022년에도 재자원화를 핵심적인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연구기관은 물론이고 생산현장들에서도 과학기술에 기초한 재자원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 4월부터 우리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고급중학교와 대학에서 재자원화와 생태환경 보호 관련 교육을 새로 시작하였다. 

같은 달 청진시 오물처리공장을 완공하는 등 재자원화 사업의 물질적 기반을 확충하려는 시도도 계속하고 있다. 
 

청진시 오물처리공장 전경 (조선의 오늘, 2022.5.27.)
청진시 오물처리공장 전경 (조선의 오늘, 2022.5.27.)

대학, 연구기관의 연구개발 성과 기사 매우 적어

북 매체들에도 재자원화 관련 기사가 여전히 많이 실리고 있는데, 생산현장의 성과 보도에 비해서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개발 성과 기사 수가 훨씬 적다. 2020년, 21년에도 생산현장의 재자원화 보도가 더 많긴 했지만, 2022년에는 차이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2022년 상반기 로동신문에는 [표 3]의 사례들을 포함해서 각 지역, 공장, 기업소의 재자원화 성과가 많이 소개되었다. 

그러나 필자가 같은 기간 같은 매체에 소개된 대학, 연구기관의 재자원화 연구개발 성과로 찾은 것은 [표 4] 정도에 불과하다. 적어도 2022년 상반기까지 도출된 또는 공개된 재자원화 관련 연구개발 성과가 적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표 3] 2022년 상반기 로동신문의 각 지역 및 생산현장의 재자원화 성과 보도 사례
[표 3] 2022년 상반기 로동신문의 각 지역 및 생산현장의 재자원화 성과 보도 사례
[표 4] 2022년 상반기 로동신문의 대학, 연구기관의 재자원화 연구개발 성과 보도 사례
[표 4] 2022년 상반기 로동신문의 대학, 연구기관의 재자원화 연구개발 성과 보도 사례

물론 현재까지의 보도만을 보고 재자원화 관련 연구개발이 완전히 부진하다고 속단할 수 없다. 필자가 연구개발 성과 사례를 100% 찾았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다만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몇 차례에 걸친 국가의 비판 이후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그만큼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성과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북의 기사들에서도 '여러 연구기관들이 재자원화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따라서 북의 재자원화 연구개발 동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이 글 도입부에서 언급한 [전국국토환경보호부문 과학기술발표회-2022] 2차 발표회 등을 계속 추적,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 

2020년 이후 북한의 재자원화 동향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박사.

대학에서 미생물학, 대학원에서 북한 과학사를 전공했고,

북의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 전략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북한의 ‘과학기술 강국’ 구상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2018) 등이 있고,

공저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선택―10년의 변화 10개의 키워드』(블루앤노트, 2022), 『김정은의 전략과 북한』(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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