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1.

나는 3년여 전에 강원도 양구군의 어느 포럼에 초청을 받아 가서 “강원도에 『금강산박물관』을 만들어야”한다고 강력하게 발언한 바 있다.

예로부터 금강산을 주제로 한 문학과 음악, 미술, 도자(陶瓷) 등이 있어 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창작되고 있다. 금강산을 대상으로 한 역사, 문화,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고 연구하는 것을 강원도의 금강산과 인접한 남한의 어느 한 군(郡)에서 주도적으로 시작하여야 한다.

강원도의 접경지역은 동쪽으로부터 고성군, 인제군, 양구군, 철원군이다. 이 중에서 고성군은 외금강으로 가는 길목이고, 양구군은 내금강으로 가는 길목이다. 그 중간에 있는 인제군은 북측의 금강군과 붙어 있다. 강원도와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는 미래의 남북교류를 위하여 양구나 인제 또는 고성에 『금강산박물관』의 입지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2.

『금강산지(金剛山志)』, 정해길(鄭海吉) 저, 목판본. [사진 제공 - 이양재] ​​​​​​​
『금강산지(金剛山志)』, 정해길(鄭海吉) 저, 목판본. [사진 제공 - 이양재]

이 책은 국내에서 출판된 적이 없고 중국에서 출판한 책이다. 국내에는 알려진 책이 아니다. 중국에서도 매우 희소하여 지난 30여년간 중국의 경매 시장에 단 한 차례 나왔을 뿐이고, 북경의 국가도서관에서 한 부를 소장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정해길은 『승정원일기』에 1864년 4월부터 1886년 6월 사이에 7차례 등장하는 것 말고는 확인할 만한 다른 인적 사항이 없다. 즉 그는 고종 전반기에 벼슬을 했던 인물인데, 『승정원일기』 1886년 6월 15일자 기사에 그는 종6품의 무관직 부사과(副司果)에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한 그의 저서 『금강산지』가 청나라 말기에 중국에서 출판되었다는 것은 금강산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을 엿보게 한다.

조선시대 겸재 정선(鄭歚)의 진경산수와 단원 김홍도(金弘道)의 실경산수에서 금강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이후 그들의 화풍을 따르던 손암 정황(鄭榥), 호생관 최북(崔北) 등등의 많은 화가가 금강산을 즐겨 그렸고, 또한 일제 강점기의 화가들 소정 변관식(卞寬植), 청전 이상범(李象範) 등등도 금강산을 즐겨 그렸다. 특히 현대의 이북 화가들은 금강산을 그리지 않은 화가가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원생고려국 일견금강산(願生高麗國 一見金剛山, 바라건대 고려 땅에 나서 금강산을 한번 보고 싶다)'는 말이 있었다. 겸재나 호생관이 그린 『금강전도(金剛全圖)』 축본(軸本)이 중국 청나라로 수출되기까지 하였다.

그림뿐만 아니라 금강산을 주제로 한 한시(漢詩)나 기행문은 상당수 남아 있는데, 금강산 기행문은 조선시대 기행문의 주종을 이룬다. 아울러 도자기 연적(硯滴)에도 금강산 형태를 본뜬 『금강산형 연적』 등등이 있다. 아울러 강원도 양구는 예로부터 양구백자가 유명했다.

3.

내가 생각한 『금강산박물관』의 내용은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금강산박물관』은 야외와 실내로 나뉘는데, 야외에는 금강산 분위기를 조성하는 조각 공원 및 포토존을 설치하고, 금강산에 자생하는 식물을 모아 놓은 야외 식물원과 소규모의 야외 공연장으로 구성한다.

반면에 실내에는 로비 전면에 관객을 압도하는 규모의 벽화를 그린다.
전시실 1실에는 금강산의 사진과 동영상 및 자연‧지리적 접근 (예 금강산의 식물, 동물이 있는 실내 산책로와 중요 부분의 모형 등)을 전시하고,
2실에는 금강산을 주제로 한 고전(古典) 및 남북한의 현대 문학 작품(역사 문헌이라든가 기행문 시 소설 전설집 등)을 전시하며,
3실에는 금강산 관련 공예품(금강산 출토 유물 및 금강산 형상을 주제로 한 연적 등의 도자기, 가구 등등)을 전시하고,
4실에는 금강산의 진경산수 및 실경 산수, 민화 등(금강전도 등, 1945년 이전 작품)을 전시한다.
그리고 5~6실에는 금강산을 주제로 한 남‧북한 작가 작품을 전시하며,
7실은 기획전시실(기획전, 개인전 및 단체전, 공모전, 교류전 등)로 한다.
아울러 실내에도 극장 겸 강당을 설치하여 금강산을 주제로 한 토론회 및 양구군민을 위한 영화를 상영한다.”

4.

내가 생각하는 금강산 길목인 강원도에 『금강산박물관』을 설립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세계 자연 유산으로서의 금강산의 가치를 부각하고, 금강산이 가지는 역사 문화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며, 금강산 관광 재개 촉구를 양구군민들이 주도하여, 금강산 관광 재개시 새로운 접근로가 되도록 예비함으로서, 양구군민들의 경제 사회 문화적 이익을 도모한다.”

지금 제주는 ‘유네스코 3관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제주도는 유네스코에서 ‘①세계자연유산, ②세계지질공원, ③생물권보전지역’ 등 세 개 부문에서 등록 지정한 곳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제주라는 작은 섬은 자연환경의 가치가 매우 높다.

우리 한반도에 이렇게 자연환경으로서 높은 가치를 부여할 만한 곳은 더 있다. 나는 금강산과 백두산이 그러한 장소라고 말하고 싶다.

제주에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가 있다. 남과 북의 교류 교역을 넘어선 자유 왕래는 요원한 미래의 일이 되어 버렸지만, 이제는 금강산 관광이 꿈과 같이 허망한 소원이 되어 버렸지만, 금강산의 가치를 주목하여 금강산이 머얼리 보이는 지역에……, 꼭 양구군이 아니더라도 좋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금강산세계자연유산센터’를 구상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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