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추천한 '짱깨주의의 탄생'이란 책이 여전히 화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낯설고 긴 이름을 내걸고 '한미동맹'과 '한미일안보협력'을 강하게 드라이브하던 때 문 전 대통령이 책 추천을 통해 '균형된 시각'을 강조한 것이 '친미'냐 '친중'이냐는 논쟁아닌 논쟁을 촉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중국음식점 주인을 낮춰 부르는 비속어로 금기시되던 '짱깨'(掌柜)라는 표현을 책 제목에 달았으니 그것부터 시선을 붙든 요인이 된 것 같다.

김희교,『짱깨주의의 탄생』, 675쪽, 2022.4. (주)도서출판 보리 [사진제공-도서출판 보리]
김희교,『짱깨주의의 탄생』, 675쪽, 2022.4. (주)도서출판 보리 [사진제공-도서출판 보리]

'짱깨주의'란 무엇일까? 

저자인 김희교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는 '짱깨주의'를 '한국에서 급속하게 자리잡고 있는 주류의 중국인식'을 개념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짱깨주의는 미중 충돌시기 한국의 안보적 보수주의가 중국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말하는데, "신식민주의와 유사인종주의가 결합된 한국의 특수한 중국인식체계"라고 풀이한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 의식과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는 '짱깨주의'는 노무현 정부의 '탈식민주의적 균형외교노선'으로 도전받던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중국의 동북공정을 계기로 잠재된 식민주의적 유사인종주의를 부활시켜 탄생시킨 산물이다. 

지난해 5월 시사주간지 [시사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6.4%로 미국(57.3%) 뿐만 아니라 일본(28.8%), 북한(28.6%)보다 낮았고 중국을 적으로 인식한 20대는 62.8%, 중국공산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81.1%에 달했다. 

중국인의 한국 기업 주식 매입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응답도 77.1%였는데, 특이한 현상은 진보진영의 대중 반감(83.3%)이 보수진영(80.8%)보다 더 높았다.

혐오를 조장하는 집단은 의도를 감추고 특정 국가와 인종의 일상을 자신들의 기준대로 채집, 분류, 전시하여 혐오를 확대재생산한다.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유사인종주의적 편견은 △미개한 중국 △스파이활동과 보복을 일삼는 나쁜 중국 △국제규범을 무시하는 중국 △독재와 애국주의가 판치는 중국 등의 이미지를 확대재생산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신식민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의도를 가지고 △대륙의 실수, 성공할 수 없는 중국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 △다시 한반도를 지배할 중국이라는 프레임에 끼워 맞춘 언론 보도가 양산된다. 여기에 △미국이 옳다 △미국이 이긴다 △미국편에 서라는 맹목적 주장이 보태진다.

'짱깨주의'는 이밖에도 △중국발 미세먼지 △중국인의 제주도 투자 △중국의 투자와 기술유출 등 자본의 확장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짐짓 중국의 문제로 돌리는 방식으로도 확대된다. 

왜 '짱깨주의'가 지금 기승을 부리는 것일까?

저자는 "지금 고양된 혐중정서의 밑바탕에는 전후체제의 위기와 미국의 회귀적 체제 기획이 숨어 있다. 미국은 흔들리는 전후체제의 질서를 신 냉전적 회귀로 대응한다"고 '혐오를 조장하는 집단'의 의도를 끄집어 낸다.

또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일제하의 식민주의는 전후체제 속에서 살아남아 전후체제 위기 시기에 짱깨주의로 탄생하여 불평등한 국가체제를 지속시키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다"며, 극심한 혐오가 만들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여기서 '전후체제'란 중국을 배제한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중국을 세계경제체제로 편입시킨 '키신저 시스템'으로 구축된 이중체제를 말한다.

즉, 전후 '이중체제' 유지가 불가능해진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키신저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중국과 적대적인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회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한국의 보수주의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이중적 태도를 버리고 미국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체제로 돌아가려고 편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나?

책의 부제는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이다.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특히 중국 담론의 유통경로를 포함해 한국의 언론 보도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집중적으로 반박했다. 

책이 소개한 '한국언론의 '짱깨주의'적 보도 테크닉'은 △사실보도보다 분노와 혐오를 조장 △선입견이 담긴 감정적이고 부정적인 단어 사용 △중국인 몇명이 한 일도 중국 전체의 문제로 보도 △중국이 잘한 일도 나쁜 점을 보도 △전 세계적 문제나 자연현상도 중국 탓 △미국의 행위는 국가전략의 문제, 중국의 행위는 도덕의 문제 △미국이 그렇다면 그런 것 △중국의 입장은 없거나 구색용 △일단 문제를 제기하고 결과에는 상관하지 않음 △한 언론의 보도를 거의 모든 언론이 반복 재생 등이다.

저자는 특히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 침묵하다보니, 안보 보수의 우익적 기획인 '짱개주의'는 일상화되었고 비판적 담론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진보주의자들도 안보 보수주의자들이 집중 공략하는 '중국이 문제'라는 어젠다에 몰두하면서 △황사 및 미세먼지 △우한 바이러스 △중국 누리꾼의 혐한 표현 △사드보복 △중국의 혐한 보도 △동북공정 등 역사문화 갈등 △중국의 6.2참전 △홍콩 민주화운동 등을 다뤘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20대는 가장 강한 반중주의자이자 가장 강한 친미주의자들이 되었"으며, "중국인을 혐오하는 것이 놀이문화가 된 신식민국의 신세대"로 전락하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지식의 지정학'이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미국도 문제지만 중국도 문제'라는 프레임에 갇혀서는 '등질화된 자유주의 보편가치, '추상적인 세계 시민주의'에 빠져 '짱개주의'의 모독과 혐오가 지속되어도 나서서 싸우는 이가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지식의 지정학'과 프레임, 어젠다를 바꾸는 것이 무조건 중국편을 들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저자는 "'중국이 문제'라는 자유주의 프레임이나 '중국도 문제'라는 이상주의 프레임에서 벗어서 이 땅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중국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등한 좋은 이웃으로 살고 싶다"는 책 서문의 말미는 인상적이지만 세부에서는 상당한 논쟁점들이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평화체제 관점에서 중국과 탈식민주의적 연대의 가능성을 검토해 본 하나의 도전적 시론'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지금 동아시아의 현실적 지형으로 볼 때 분단체제 해소는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체제 구축과 불가분 관계에 있다"고 하면서 "다자주의 시대를 활용하여 지역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분단체제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평화체제를 위한 중국과의 연대 가능성 △분단체제 해소와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의 불가분성 등을 주제로 이미 논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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