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에 단비인가요, 6.15공동선언 발표 22주년을 앞두고 북측에서 남측에 연대사를 보내왔습니다. 남북 민간 차원에서 3년 만에 이뤄진 간접 소통입니다. 현재 확인된 것만으로는 6.15북측위원회가 6.15남측위원회 앞으로 그리고 북측 조선직업총동맹이 남측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앞으로 각각 연대사를 보낸 것입니다.

이들 북측의 연대사는 15일, 6.15남측위원회가 개최하는 ‘6.15공동선언발표 22돌 자주평화통일대회’와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 통일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자주통일의 길, 노동자의 과제’ 토론회에서 각각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의 남북관계를 돌이켜본다면 이번 북측이 보내온 연대사의 의미는 각별합니다.

먼저, 남북 민간 차원은 최근 몇 년간 아무런 접촉이나 소통이 없었습니다. 남북 민간 차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때 매해 6.15행사와 10.4행사를 치르면서 전성기를 누리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민족공동행사 한번 제대로 치르지 못할 정도로 초라했습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복원됐지만 민간보다는 당국 간 행사로 치우쳤습니다. 물론 지금도 6.15선언 22주년을 맞아 여전히 남북 공동행사를 치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북측의 연대사는 아무런 소통도 없었던 최근 몇 년간의 상황에 비한다면 성큼 진일보한 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한반도 정세의 총체적인 난관 속에서 북측의 연대사가 조그마한 틈새를 내고 있습니다. 그간 남북관계가 장기간 경색국면에 있다가 최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가파르게 대치국면으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남측 당국이 윤 정부 들어 북측을 ‘주적’으로 규정하자 이에 북측도 지난 8-10일 진행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대적투쟁’으로 표현해, 남북관계가 사실상 대치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입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북측의 연대사는 남북 당국 간 질식할 것 같은 대치국면에서 어느 정도 숨통을 터주고 있습니다.

사실 남북 통일운동사에서 민간의 역할은 지대했습니다. 남측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 때 당국이 도통 통일 문제에 나서지 않았고 이는 고스란히 민간의 몫이었습니다. 그런데 권위주의 정부는 민간의 통일운동을 막았고 심지어 활동가들을 체포 또는 구속시키기도 했습니다. 2000년 6.15선언은 그 이전 권위주의 정부 시절부터 줄기차게 통일운동을 벌여온 민간 차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러기에 엄밀한 의미에서 한반도에는 통일정세와 관련 세 개의 선(線)이 존재합니다. 제1선은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이고, 제2선은 남측 당국과 북측 당국과의 관계이며, 제3선이 바로 남측 민간과 북측 민간과의 관계입니다. 제1선과 제2선인 북미관계와 남북 당국 간 관계가 꽁꽁 얼어붙어 있을 때에도 제3선인 남북 민간 차원만은 살아 있었습니다. 남북 민간 차원이 한반도 정세까지 관리는 못했지만 그래도 남북 당국 간 갈등관계에서는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해주거나 또는 복원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 남북 민간이 그 역할을 할 때입니다. 점점 첨예화되고 있는 남북 갈등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때입니다. 말하자면 남북 민간 차원은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서 일종의 안전판과 같은 존재이며, 그 소통은 관계 개선의 시금석과도 같습니다.

이번 북측의 연대사를 통해 한반도 통일정세의 제3선인 남북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 기운이 되살아나고, 숨죽인 당국 간 관계에도 숨통을 트게 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하여 남북 민간 차원의 이 같은 간접 소통이 현 시기 남북관계 단절이라는 가뭄에 완전 해갈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목을 축이는 단비는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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