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필자는 10대 후반에 삼중당에서 나온 『김찬삼의 세계여행』이란 책(1972년, 초판, 전6책)을 보며 자랐다. 필자의 ‘천권독만리행(千卷讀萬里行)’은 그 책으로부터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45년 후, 2017년 11월 4일자로 ‘제주투데이’ 제주담론에 「‘성산 신공항’ 그리고 ‘세계여행탐험박물관’」을 기고한 바 있다.
김찬삼 여행가. 그는 ‘세계의 나그네’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적인 여행가’이다. 한때 영종도에 그의 ‘세계여행문화원’이 있었고, 거기에는 ‘김찬삼기념관’이 있어 그가 사용한 여권과 신발, 배낭, 나침판, 카메라 등등의 유품과 각종 사진 10만여 장, 일기 편지 등등을 소장하고 전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영종도 개발계획을 내세우는 바람에, 아쉽게도 2013년 11월에 철거하였다.
김찬삼 교수가 남긴 20세기 중·후반의 세계 각지를 담은 10만여 장의 사진은 문화사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 이러한 좋은 자료들이 사장되어 있다는 현실을 보는 필자의 마음은 매우 안타깝다. 그 자료들의 원색이 퇴색하기 전에 보존 처리하는 것도 시급하다.
요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계 탐험가로는 3인을 지목하는데, 대체로 그 3인은 ①김찬삼(金燦三, 1926~2003)과 ②고상돈(高相敦, 1948~1979), ③박영석(朴英碩, 1963~2011)을 꼽는다.
이 3인 가운데 고상돈은 제주도에서 출생한 제주의 원주민이다. 그는 1977년 한국인 최초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를 등정하였다. 고상돈 산악인이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소식은 1977년의 국내 10대 뉴스로 선정되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소식은 전국의 등산 인구 증가를 불러왔다.
또한 박영석은 1993년 한국인 최초로 산소호흡기 도움 없이 에베레스트산에 올랐으며, 2004년에는 남극점, 2005년에는 북극점 탐험에 성공하는 등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였다. 이외에도 허영호와 엄홍길 등도 대단한 세계적인 탐험가로 꼽고 있다.
이에 필자는 다시금 제주도가 나서서 ‘김찬삼기념관’ 유치를 포함하여 고상돈과 박영석, 허영호, 엄홍길 등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규모의 ‘세계여행탐험박물관’을 관광지 제주도에, 특히 제주국제공항 인근에 건립할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산악문화의 주창자로서의 제주 출신 고상돈을 기념하는 작은 크기의 고상돈 기념공원을 만들었으면 싶다. 이러한 특색 있는 박물관을 제주도에 세운다면 제주도는 관광지로서의 품위를 높이게 될 것이다.
필자는 제주의 한 탁월한 인물이 우리 문화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으면 이를 기념하여야 하는 것은 우리 후인들의 당연한 임무라고 믿는다. 제주의 초입인 제주국제공항 인근에 제주 최대의 장례식장보다는 관광입국(觀光立國)과 관광입도(觀光立道)로서의 ‘세계여행탐험박물관’이 적격이지 않겠는가?
현재의 제주국제공항은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여 그 구조가 기형적이다. 도착한 인파의 동선과 출발하는 인파의 동선이 마주치게 되어 있고, 공항 관리가 원시적이어서, 눈이 오면 결항하거나 출발 지연이 일쑤이다.
우선 제주에는 동방과 남방의 영해를 수호하기 위해 비상 출동할 수 있는 항공기지가 없다. 허울 좋은 환경보존과 평화의 섬이라는 구호가 남방의 영해 수호라는 목적을 집어삼켰다. 성산이 아니더라도 제주에 군 공항의 부활은 필요하다.
제주에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을 때, 필자는 모슬포의 알드르 공항이 부활하거나 제주 서쪽에 신공항이 서는 것으로 여겼는데, 성산 일대로 신공항 설치가 결정되었다. 처음 그러한 발표가 나왔을 때는 찬성의 여론이 높더니 반대론자들의 끈질긴 선동으로 인하여 차츰 반대의 여론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도민들의 여론은 반대 여론이 좀 높다.
그러나 이 여론 조사에는 함정이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인구 비율은 2:1이고, 반대론자들은 3년간 반대 여론 조성에 힘썼으나, 찬성론자들은 지난 3년간 여론 조성에 손 놓고 있었다. 또한 제주시의 소상공인들 상당수는 성산 신공항이 개항하면 제주 상권(商圈) 및 상권(商權)의 상당 부분이 옮겨 갈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것은 어처구니없는 기우(杞憂)이다.
필자는 제주 성산에 신공항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제주가 국제적인 입지를 갖추기 위해서는 제주의 어느 지역에라도 거대한 국제공항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공항이 어렵다면 현재의 제주국제공항 구역의 남쪽을 대거 확장하여 공항 터미널을 신축하고, 공항의 탑승구와 활주로를 지금의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본다. 제주국제공항의 터미널을 신축할 때 그 터미널에 컨벤션 센터의 설치, 그리고 국제적인 대여 금고와 복수의 외국환 예치 전용 은행도 필요하다고 본다.
제주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위성 사진을 보면서 필자는, 제주 서귀포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항로를 생각해 본다. 제주도에서의 해양 여행의 활성화, 그것은 동북아에서의 한반도 평화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이 중‧러도 미‧일도 편들지 않는 동북아 평화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약한 사대(事大) 의타심을 버리고 자주적 자강(自强)의 외교와 국방 행보가 증강되어야 한다.
남은 북이나 중‧러와 대립하거나 대결할 필요가 없다. 북이나 중‧러의 대결은 미국과 일본이 하도록 내버려 두고, 남북은 공존이나 공영의 길로 가야 하며, 중‧러와는 평화 외교를 하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