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곤 / 615산악회 운영위원 및 총무

 

615산악회 회원들이 국립 4.19민주묘지 기념탑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419민주 영령들과 자주민주통일을 위하여 헌신하시다 산화해 가신 선배열사들께 묵념을 드렸다. [사진제공 615산악회]

쾌청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지만 하늘에는 약간의 먼지가 있는 듯하였다. 오전 9시가 되기 전 북한산 우이역(경전철)에 일찍 도착한 권진덕 총무로부터 언제 도착하는지 문자를 받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 여기가 아닌가라고 생각중’이라고 한다. 도착시간 5분전에 북한산 우이역에서 김재선 총대장과 같은 열차에 있었는지 함께 마주보면서 내려 권 총무가 기다리고 있는 우리 모임장소로 갔다.

인원점검을 해보니 615합창단은 어제 쌀쌀한 날씨에 장시간 대기하면서도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문화제 공연에 참가하여, 대합창 공연을 감동으로 만들어 내느라 모두들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날 다른 장소인 파주 민통선 6.15사과원의 못자리내기에는 이정태 범민련 산악대장, 유경완 회원 등이 참가하여 작업하느라 모두들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종문 대장은 경기도교육감 박효진(전 전교조 경기지부장) 선거운동본부에서 활동하느라 여력이 없었으리라. 6명, 단촐하지만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은 북한산 백운대를 오르고 위문에서 남쪽 방향으로 노적봉(지나가는 오른편에 있다), 용암문, 동장대, 대동문, 진달래능선, 백련사, 국립 4.19민주묘지로 경로를 잡았다. 경로를 단축하기 위해서 북한산 우이역 바로 위쪽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도선사까지 빠르게 이동하였다. 택시는 버스정류장에서 도선사까지 일요일에는 12대, 평일은 4대, 오후6시 이후에는 1대가 운영한다고 한다. 운임비는 한 사람당 2천원 그래서 서로 안면이 없는 등산객이라도 일단은 4명씩 채워서 운영한다.

도선사 입구에서 동쪽 백운대 방향 쉼터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어느덧 백운대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백운산장으로 오르는 길에 갑자기 구조헬기가 우리편 쪽으로 낙엽을 훑어 올리며 가까이 접근해 왔다. 아마도 구조지점을 잘못 찾은 듯 곧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갔다.

백운산장은 우리나라 1호 산장으로 1924년 터를 잡은 뒤 지난 100년 가까이 수많은 등산 애호가들과 함께하며 북한산을 지켜온 산 증인이었다. 1933년 석조 산장을 신축했고, 1942년 우물을 팠으며 1960년 단층 석조 건물로 확장 재건축했다고 한다. 지금은 산장이 폐쇄되었다. 그 이유는 1992년 지붕이 불탔을 때 1998년 2층을 통나무로 증축하며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신축 허가를 받으면서 2017년이 되면 국가에 산장을 내놓는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산장 폐쇄 후 구조 보강과 리모델링 작업을 해서 1층은 북한산 역사관·문화관, 2층은 특수 산악구조대 대기 장소로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아쉽게도 문이 닫혀 있었고, 외관은 그 전과 같이 그대로 서 있어서 괜찮은 느낌이었다.

북한산 만경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 615산악회]
북한산 만경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 615산악회]

오전 11시20분경 위문에 도착하였다. 백운대 정상기념 인증샷을 남기려고 하였지만 등산객들에게 밀려 있어서 쉽지 않았다. 아쉽게도 백운대 바로 앞에 있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김재선 총대장과 권 총무는 위문과 백운대 중간 바위턱에서 쉬고 있었다. 여기서 만경대를 배경으로 또 사진을 남겼다.

위문에서 노적봉을 지나 용암문에 이르기 바로 앞전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였다. 김익흥 대장이 자연산 두릅을 12인분 두 종류나 싸가지고 왔는데 참두릅과 개두릅(엄나무순)이었다. 모두 다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가 농장에서 수확하여 직접 손질하여 보내주었다고 한다.

참두릅에는 잔가시가 있어 먹을 때 가시부분을 손질해서 먹는데 두릅 특유의 씁쓸한 맛과 향이 다른 두릅에 비해 연한 편이다. 개두릅은 두릅나무가 아닌 엄나무순에서 자라난 새순이다. 손으로 만질 수 없을 정도로 가시가 많아서 엄하다는 의미로 ‘엄나무’라는 별칭이 붙었다.

한방에서는 두릅을 ‘목두채’ 혹은 ‘목말채’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무의 머리에서 자라는 채소’ 혹은 ‘나무의 끝에서 자라는 채소’라는 의미로 끝에서 자라는 두릅의 모습에서 붙은 이름이다. 두릅은 베타카로틴 비타민A, 비타민C, 아연, 엽산, 칼륨 등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골고루 들어 있어 피로를 풀어주고 몸에 활력을 준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귀한 산나물을 정성껏 다듬어 보내주신 이계환 대표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것을 잘 데쳐서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온 김익흥 대장의 수고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북한산 대동문 안에 있는 이정표 앞에서 진달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 615산악회]
북한산 대동문 안에 있는 이정표 앞에서 진달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 615산악회]

즐거운 식사시간이기에 오랫동안 많은 정치현안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이정태 대장은 어제 615사과원 못자리내기를 다녀와서 힘들었지만, 점심시간에 피로가 풀리는 듯하였고, 조장래 회원도 굉장히 기분 좋아 보였다.

그때 권오헌 선생님(615산악회 회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은 산행 회원들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국립 4.19민주묘지에는 언제 도착할 수 있는지? 등 물어 오셨다. 김재선 총대장이 곧 하산한다고 말씀드리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용암문, 동장대를 지나 대동문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진달래능선에 들어섰다. 진달래 능선은 시기만 잘 맞으면 무지개(아치)형으로 만발한 등산길을 지날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만큼 진달래가 무성한 곳이다. 오늘 무지개 진달래길을 지날 수 있을지 내기를 하였지만 졌다. 정상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어서 어디서나 연분홍빛으로 물들여져 있었지만 내려갈수록 꽃잎은 떨어져 시들어지고 있었다.

하산 끝머리인 백련사에 이르러 휴식하면서 흐드러지게 피워져 있는 복사꽃아래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권오헌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는 아래쪽으로 이동하였다. 백련공원 지킴터에서 선생님을 반갑게 만나 뵙고 인사를 나눈 뒤, 국립 4.19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였다. 뒤늦게 유영호 왈가왈북 대표가 합류하여 묘지 참배에 함께 하였다.

615산악회는 다른 산악회와 다르게 산상강연을 하고 있다. 산상강연은 자주통일운동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함께 나누어야 할 현안, 정세나 기타 중요 논점(issue)들에 대한 해설 등 회원들을 위한 강연을 하고 있다. 오늘은 권오헌 선생님께서 현재 전개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침략성과 위험성에 대하여 산상강연을 해주시었다. 선생님의 강연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시작되는 지난 12일, 핵위협의 상징인 핵추진 항공모함이 동해에 나타났다. 일주일 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에 간청한 전략 자산 전개가 신속히 실현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핵 항모의 동해 전개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면서 핵 선제타격·공갈 그 자체이다. 뿐만 아니라 남북 사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의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이른바 2022년 상반기 한미연합전쟁연습 기간이다. 12일부터 15일까지는 사전훈련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진행되고 18일부터 28일까지는 본 훈련인 ’전반기 연합지휘소 연습‘이 진행된다. 한미 군당국은 이 같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쟁연습을 언제나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라고 말해왔다. 과연 그러한가. 무엇보다 가장 최근 수립된 ‘작전계획 5015’는 상대방 지도부나 군 요충지와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담고 있다. 적군격멸, 수도장악, 정권붕괴 작전이 어찌 방어훈련이 될 수 있는가! 분명한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하면서 이번 한미연합군사연습을 강력히 규탄했다.

또한 “주한미군과 미국의 패권정책에 대하여서는 우리의 군사주권을 틀어쥔 채 전작권을 돌려주려 하지 않고 있으며 주한미군이 ‘유엔사’ 이름의 모자를 쓰고 남북정상합의 이행을 가로막고 있으며, 한미동맹 이름으로 ‘쿼드’ 가입 종용 등 이른바 글로벌 이슈에 한국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다음으로 대선 기간 ‘선제타격’, ‘사드 추가배치’, ‘한미동맹 재건’ 등을 주장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측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그리고 남북군사합의 등으로 한미동맹이 파탄난 것처럼 몰아세웠지만 이 합의들은 미국 눈치 보느라 파탄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의 군축 합의와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하여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국방비와 무기증강 도입이 최고조였다. 그런데도 한미동맹 재건이라니! 얼마나 더 종속되어야 하는가!”라며 개탄했다.

“또한 지난 7일, 윤석열 당선자가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미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 등을 논의한 것으로 하여 낡은 냉전 논리와 특히 한미동맹 강화론은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을 염원하고 있는 우리 민족과 민중들의 의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끝으로 “불신과 대결에서 화해와 협력시대를 열어야 한다. 오늘은 주권 평등시대이다. 패권논리에 따른 종속관계는 시급히 청산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산상강연이 끝난 후 회원들은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여 2차 설전을 벌이며 오늘의 산행을 모두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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