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는 살아있습니다. 아직 살아있습니다. 뭔가 꿈틀거린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방증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와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고, 김 위원장은 이튿날 답장을 했습니다.

친서 내용이 어떻든 간에 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서신을 수수(授受)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계속되다가 올해 들어 연초부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집중적으로 시험발사했으며 급기야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는 등 우려스러운 상황임에도 남북 정상 간 소통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통이 된다는 것은 군사 문제와 같은 우발적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확산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남북대화가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도 남북 정상이 친서 교환을 이어왔다는 것은 북측의 견해대로 “깊은 신뢰심의 표시”일 수 있습니다.

친서 내용도 알찹니다. 친서를 먼저 보낸 문 대통령은 남북의 대화가 희망했던 곳까지 이르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워하면서,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하며, 북미 간의 대화도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했다고 합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리가 희망하였던 곳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남북관계의 이정표로 될 역사적인 선언들과 합의들을 내놓았고,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또한 문 대통령이 대화의 진전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되었다며, 김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간직하며 남북협력에 임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합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금에 와서 보면 아쉬운 것들이 많지만 여직껏 기울여온 노력을 바탕으로 남과 북이 계속해 진함없이 정성을 쏟아 나간다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민족의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이 변함없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 메시지가 명확해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현 경색국면의 상황을 대결이 아닌 대화로 풀자는 것이고, 김 위원장은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그리고 9.19군사합의를 이행하면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문 대통령이 여기까지 해놓았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적대로 남북대화의 진전은 윤석열 정부의 몫이 되었습니다. 마침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권영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에 대해 “남북 관계의 진전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친서 교환은 좋은 일”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고 합니다.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의 친서 교환이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게 주는 메시지는 아직 살아있는 남북관계의 불씨를 잘 살리라는 것입니다. 남북이 합의한 공동선언들을 지키면서 대화로 풀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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