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4일 남측을 향해 “총포탄 한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고 언명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1일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2일에 이어 이날 재차 비난하면서도 조건부이긴 하지만 남측을 향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그 이유로 남측을 “무력의 상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순수 핵보유국과의 군사력 대비로 보는 견해가 아니라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북측은 남측을 전쟁의 상대로 보지 않는데, 그 이유는 북측이 핵을 가졌고 남측은 핵이 없어 전력상에 질적 차이가 나기에 싸움의 상대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군사적’ 차원이 아니라, 같은 민족이기에 차마 전쟁을 할 수가 없다는 ‘민족적’ 차원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의미는 매우 중요합니다. 제2의 동족상잔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 부부장은 북측은 전쟁을 반대하고 또 남측은 북측의 주적이 아니라면서도 “쌍방의 군대가 서로 싸우면 전쟁이나 전투에서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우리 민족 전체가 반세기 전처럼, 아니 그보다 더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맞습니다. 핵보유국이 개입된 현대전은 핵전쟁이 될 것이고, 또 핵폭탄이 사용되면 민족 전체가 초토화됨은 불문가지입니다.

물론 김 부부장은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 누가 우리를 다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단코 그 누구를 먼저 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남측이 먼저 북측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없지만, 남측이 오판해서라도 선제타격을 해 온다면 그때 북측도 부득불 군사공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군사적 대결의 상황이 올 경우 북측은 핵보유국으로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남측 군은 전멸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핵보유국에 대해 남측이 ‘선제타격’ 운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다소 시나리오 같기도 하지만 최악의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남측 일부에서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를 두고 ‘대남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닙니다. 김 부부장은 서욱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2일에도 담화를 발표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는데, 이번 담화는 그보다는 톤다운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민족이기에 싸워서는 안된다’는 언명이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민족이 핵무기보다 우선한다’는 메시지인 것입니다.

따라서 조건부를 단 ‘남측의 선제타격시 핵공격’은 남측이 실지로 선제타격을 하지 않으면 북측도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 어느 쪽도 공격을 하지 않고 또 선제타격을 하지 않는다면 동족끼리 군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번 사태의 빌미가 된 서욱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은 북측이 담화에서 지적한 대로 ‘객기’라고 치부해 둡시다. 아울러 정권교체기를 틈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에 한 발언을 흉내 낸 것이라고 접어둡시다. 물론 앞으로는 그러한 객기도 삼가고 또 흉내도 내지 맙시다. 북측에 빌미를 주지 말자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민족이 핵무기보다 우선함을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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