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장관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호놀룰루에서 만나 한반도 정세 등 현안을 논의한 자리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한 몇 가지 새로운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돼 귀추가 주목됩니다. 가뭄에 단비라고나 할까요, 한반도 정세가 장기간 꽉 막혀 있는 상태에서 이 ‘새로운 대북 방안’에 귀가 번쩍 뜨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처음 드는 생각은 그 내용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보다는 우리 정부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대북 접근에 상투적이고 소극적인 미국을 향해 무언가 조언을 했구나 하는 절박감이었습니다. 남측이든 미국 측이든 대북 대화를 위해서는 누구든 나서야 하는데, 지금 형편상 남측보다는 미국이 나서는 게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측이 몇 가지 방안을 제안을 했고 그에 대해서 미측이 상당히 경청을 했다”며 “있었던 얘기도 있고 또 없었던 새로운 내용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새로운 대북 방안’의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있었던 얘기”라면 종전선언이나 코로나19 관련 대북 지원 등일 수 있고, “없었던 새로운 내용”이라면 지난 4일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가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밝혔듯이 바이든 대통령한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라고 제안한 친서 등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들 내용이 아닐 수도 있고 또 여기에 새로운 내용이 덧붙여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한미 간에 미국이 북한에 제안할 ‘새로운’ 내용의 방안이 논의됐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요구해온 ‘새로운 셈법’은 아니더라도 무언가 엇비슷한 ‘새로운 시도’라도 해야 할 참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제안했다는 ‘새로운 대북 방안’을 미국이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며, 그 이유는 다음 몇 가지 때문입니다.

먼저, 지금 남측이 북측을 향해 무언가를 시도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많습니다. 따라서 미국 측이 먼저 나서라는 것입니다. 남측에선 3월9일 대통령 선거 일정이 있고, 문재인 정부는 퇴임 3개월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도 지난 10일 보도된 아시아·태평양뉴스통신사기구(OANA) 소속 국내외 8개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시간적 제약’ 표현을 썼습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가온 선거 시기와 선거의 결과가 남북정상회담을 갖기에 부적절한 상황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공을 들였던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 임기 내에 종전선언을 이루겠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지나친 욕심일 수 있지만, 적어도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더욱 성숙시켜 다음 정부에 넘겨주고 싶다”고 마지막 의지를 밝혔습니다. 모두 대선과 임기 말 시간적 제약을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다음으로,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되고 있는데 북미대화가 전무합니다.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 ‘외교적 대화적 방식으로의 접근’이라고 구애를 해봤자 고장난 레코드판일 뿐입니다.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자동적으로 답습한 제2의 ‘전략적 인내’로 전락할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체 없이 ‘새로운 대북 방안’을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미국은 북한의 모라토리엄 철회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기회를 놓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은 지난 1월 한 달에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포함해 7차례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1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사실상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했습니다. 언제고 핵시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지금 진행 중에 있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그리고 남측에서의 3.9대선 일정을 고려해 숨고르기를 하는 참이라 봐야 합니다.

이제 명료해졌습니다. 앞에서도 나왔지만 우리 정부가 미국에 몇 가지 대북 관여 방안을 제안했고 이에 대해 미측이 ‘경청’을 했다는 대목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가 제안한 몇 가지 ‘새로운 대북 방안’에 대해 미국은 ‘경청’만 하지 말고 냉큼 받아 액션을 취하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모라토리엄 철회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를 막아야 합니다. 달리 방법과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 미국이 새롭게 움직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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