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난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누리호’ 발사와 관련 “독자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자체 발사체로 1톤 이상의 물체를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일곱 번째 나라가 되었다”면서 “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확하게 진입시키는 마지막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누리호 발사 당일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진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것과 궤를 같이합니다. 아무튼 문 대통령은 누리호 발사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있는 듯 21일에 이어 25일에도 부러 재강조한 것입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발언은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성공’한 것이라는 식의 표현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이는 어폐가 있습니다. 사실 과학에서의 실험 결과는 성공과 실패만 있지 그 중간은 있을 수 없으며, 또한 ‘사실상의 성공’ 등의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날 누리호는 발사 후 이륙부터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목표 고도 도달, 위성 모사체 분리까지 모든 비행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아쉽게도 마지막 공정인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기에 누리호 발사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륙한 누리호가 목표로 한 고도 700㎞까지 올라갔지만, 중량 1.5t짜리 위성 모사체를 목표로 삼은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발표한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누리호 발사를 두고 전문가와 정치인, 특히 네티즌 사이에서 “절반의 성공”, “2% 부족한 성공”, “한 걸음 남았다”, “최종임무는 실패했지만, 기술적으론 성공에 가까워”, “로켓 자체는 기술적으로 90% 이상 성공한 것”, “우주발사체 개발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등의 견해가 나오는 것도 한편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 50여 년간의 우주 발사체 개발 역사에서 우주 선진국들이 새로 개발한 발사체가 첫 발사에서 성공할 확률이 27.2%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누리호가 매 단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는데 마지막 단계인 탑재한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정상 투입하는 데에는 실패했기에, 과학적으로 보면 내년 5월에 있을 두 번째 발사에서는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공산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향후 ‘성공’이라는 시퀀스에서 볼 때 첫 발사가 이 정도라면 위와 같은 표현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이 순간 누리호 발사는 단순한 과학이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와 국가적 사업으로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국내 독자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인 누리호를 우주에 쏘아올린 것은 앞으로 우주 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누리호 발사를 두고 일부 외신에서 “(남측의) 우주 로켓과 (북측의) 탄도미사일은 비슷한 기술을 사용한다”며 “한국이 인공위성 발사를 위해 누리호를 사용할 것이라고 했지만 무기 개발 확대의 일부로 간주된다”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외부의 남측 누리호에 대한 이 같은 평가는 과거 북측의 우주발사체인 ‘은하-광명성’에도 적용됐던 똑같은 논리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는 은근히 남북 간 군비 경쟁을 지적한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 9월 15일 북측이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자 곧바로 남측은 충청남도 태안군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약간의 시차를 두고 남북이 군사적 시위를 벌인 모양새가 됐으며, 이어 10월 19일에는 북측도 SLBM을 시험발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오비이락일 뿐입니다.

외부에서 뭐라 해도 남과 북은 국가안보 분야에서만큼은 소신 있게 처신하고 있습니다. 남측은 누리호가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우주 로켓임을 명백히 밝혔습니다. 북측 역시 SLBM을 비롯한 일련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외부 공격용이 아니라 ‘자위권 행사’, ‘전쟁 억제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사자 입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북측이 말하는 ‘이중 잣대’, 남측에서 유행하는 ‘내로남불’이 허용돼선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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