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한미 첫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서, 23일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2년여 얼어붙어 있고, 또 문 대통령으로서는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첫 회담이라 아마 미국 측으로부터 백신 직접 지원과 성 김 대북특별대표 임명 발표라는 ‘깜짝 선물’을 받은 것만으로도 애써 과장되게 그런 표현을 쓸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는 본질이 아닙니다.

미 백악관은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일, 중심 의제는 북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북미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유인책을 제시할 것이란 의미로 들렸습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본질은 북한 문제가 어떻게 다뤄졌느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정상이 합의한 공동성명을 살펴봐야 합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크게 7가지 주제를 담고 있는데 아무래도 우리의 관심은 북한과 관련된 것입니다. 공동성명에는 “우리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같은 과거 남북-북미 합의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이룩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공동성명은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으며, 계속해서 △북한 인권 개선 협력,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 등을 명시했습니다.

북한 측으로서는 ‘북한 인권’이 들어 있어 거슬리겠지만, 그래도 가장 굵직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들어있어 전반적으로 그리 나쁘지는 않는 수사들이도 합니다. 그래서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표현을 빌리면, 이 정도라면 미국 내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남북-북미)협상의 연속성을 확보하였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미국과 남한에 보인 결기를 상기한다면, 특히 미국 측에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는 북한 측의 일관된 요지부동을 상기한다면 이 정도로 북한이 움직일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무엇보다 공동성명은 ‘말잔치’뿐입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빛 좋은 개살구’이자 ‘약속어음’일 뿐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실지로 바랄지는 알 수 없지만 결정적으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만한 한미의 구체적인 메시지, 즉 대북 유인책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지만 북한의 기질을 의식해 명확한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화끈하게 대북 구애를 했다가 북한이 외면해 파투가 나면 난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앞에서 지적했듯이 공동성명에는 ‘싱가포르 공동성명’, ‘외교와 대화’처럼 전반적으로 북한에 호의적이면서도 ‘북한 인권’과 같은 티끌이 몇 개 끼어있기도 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처음 대하는 북한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북한의 눈치를 살피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대북 호소는 여전합니다. 일종의 후속작업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인 23일 “미국은 외교를 할 준비가 돼 있다”, “문제는 북한이 그럴 준비가 돼 있느냐”라면서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을 넘겼다’는 표현은 외교적으로 할 만큼 다 하고 이제 상대편의 응답을 기다리겠다는 것인데, 미국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것입니다.

천생 북한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지난 5월 10일, 미국이 새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며 북한에 만나자는 제안을 하자 북한 측이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한미정상회담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북한 측이 ‘들어보겠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공동성명에는 담지 않은 숨겨진 합의가 있을지, 진의를 알아야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번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나와 있듯이, 아무래도 북한이 남한에 특사 파견을 제안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북한 코트에 떨어진 공을 북한이 성의있게 미국 측으로 넘길지 아니면 코트 바깥으로 뻥 쳐낼지는 전적으로 북한의 결정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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