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판문점선언 3주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3년 전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을 때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남과 북이 환호하는 가운데, 두 정상이 우려했던 게 하나 있습니다. 당시 두 정상의 대화를 잠깐 상기해 볼까요?

김정은 위원장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했습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나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라고는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습니까”하고 결의를 내비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입니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할 겁니다.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하고는 “제가 시작한 지 이제 1년 차입니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여기에서 김 위원장의 ‘큰 합의’, 문 대통령의 ‘과거의 실패’란 2000년 ‘김대중-김정일’ 사이의 6.15선언과 2007년 ‘노무현-김정일’ 사이의 10.4선언을 말합니다. 즉 남북 정상 사이에 ‘큰 합의’가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을 하지 못해 ‘실패’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로 두 사람은 남과 북의 정상으로서 6.15선언에 이어 10.4선언 이후 11년 만에 만나면서도 ‘과거 두 개 큰 합의의 실패’를 우려하고 경계했던 것입니다. 두 정상이 이토록 잘 알고 또 주의를 기울였기에 세 번째 남북 정상의 합의인 4.27판문점선언은 잘 실천될 것이란 기대가 컸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허전하기 짝이 없습니다. 남과 북은 2년여에 걸쳐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지만, 이날 4.27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아 민족공동행사는커녕 개별기념행사도 온전히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측 당국은 지난해 강원도 고성에서 남북 철도 연결사업 추진 기념식을 개최했지만, 올해 별도의 기념행사를 열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어떤 경우에도 판문점선언이 약속한 평화의 길을 되돌릴 수 없다”며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지만 공허할 뿐이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이 주최한 기념행사에 참석한 정도입니다.

남측 민간 차원에서는 6.15남측위원회를 비롯한 각 6.15지역위원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양대노총, 전국철도노동조합·평화철도·희망래일·평통사·평화통일시민연대 등 96개 단체로 구성된 ‘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 추진위원회’ 그리고 개성공단기업협회 등이 각 지역에서 행사를 하거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구심점이 없이 모두 고립 분산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특히, 북측 언론매체에서는 아직 북측에서 4.27 관련 행사를 했거나 성명서도 나온 게 확인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정도라면 온전한 행사는커녕 반쪽 행사도 아닌, 반에 반쪽 행사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행색입니다.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라는데, 영 메아리 없는 4.27선언 3주년이 되고 말았습니다.

3년 전 남과 북의 두 정상이 그렇게 경계하면서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결의와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왜 이리 됐을까요?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허전한’ 4.27선언 3주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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