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 초상화의 특징은 인간의 사회적 가치 즉 양심을 드러내는데 충실하다는 것이다.
첫째, 얼굴이 중심이다.
얼굴을 그리되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은 최대한 숨긴다.
표정은 한 순간의 모습이며 욕망을 담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감정이 드러나기 전의 고요한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고요한 상태에서 한 사람의 사회적 인격을 드러내는 부분은 바로 ‘눈동자’이다.
우리 초상화의 핵심은 눈동자에 있다. 눈동자를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둘째, 손은 가리고 발은 드러낸다.
손 모양은 방향이나 특정 상징을 드러낼 수 있다. 주먹을 쥐거나 편 모습, 혹은 손가락의 모양을 오해할 여지가 많다.
또한 손은 눈동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선을 분산시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손을 가린다.
긴 소매에 숨은 손은 공손하게 모은 느낌으로 표현한다.
발은 의복에 맞는 형태로 단순하게 그린다.
셋째, 의복은 최소한으로 표현한다.
용포, 문무관에 따른 관복, 선비는 창의(氅衣)처럼 의복은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리되 꾸미지는 않는다.
옷주름 처리는 선묘와 희미한 명암으로 처리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장신구는 그리지 않는다.
이러한 전통 초상화의 원리와 채색화를 결합하여 김구 주석, 유관순 열사, 안중근 의사의 초상을 그렸다.
김구 선생의 경우는 가장 많은 사진 자료가 남아있다.
대부분은 중국식 복장이거나 양복 모습이다.
김구 주석의 위치는 왕이나 대통령이다.
그래서 왕이 입던 복식을 약간 현대적으로 바꾼 의복을 입혔다.
유관순 열사의 얼굴은 감옥에서 모진 고문으로 부어 있다.
현대 과학기술로 복원한 얼굴 모습을 참고하고 깨끗한 한복과 절조를 상징하는 은장도를 넣어 표현했다.
‘붉은 꽃을 품어 칼이 되었다.
칼을 품어 육신이 무너졌다.
칼을 품어 정신은 맑아졌다.
양심을 해치는 자에게,
살육과 약탈을 일삼는 짐승같은 무리에게 겨누어
칼날같은 목소리로 외친다.
조선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안중근 의사의 사진은 최대한 비굴하게 보이게 하려는 일제(日帝)의 관점이 들어가 있다.
고문으로 몸이 뒤틀어지고 목은 굽었으며 얼굴은 상처 투성이다.
일단 굽은 목을 펴서 당당한 모습으로 만들었다.
얼굴의 상처는 지우고 뒤틀어진 얼굴도 바로 잡았다.
반듯한 청년이지만 당당한 군인의 모습으로 그리고 싶어 전통 무인복을 입혀드렸다.
자른 손가락은 그대로 두었다.
일제는 손가락이 잘린 병신 모습을 원했겠지만 당신이 원했듯이 신념과 의지의 상징으로 여긴다.
이 초상화가 열사들의 전모를 표현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존경과 흠모의 마음는 절절하게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