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30일 발표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 국무부는 각국의 인권상황을 담은 이 보고서의 [북한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23개 항목의 실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유입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 인권보고서] 편에는 이날부터 시행되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 취지의 기술이 실려있다.

미국은 북한의 인권과 한국의 표현의 자유를 우려한다고 하지만 정작 우려의 대상은 미국이다.

먼저, 미 국무부가 다른 나라의 인권상황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한 뒤 발표한 보고서라는 점에서 당연히 그 의도와 내용의 객관성, 진실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특히 보고서가 문제삼은 대북전단금지법은 주권국가인 한국에서 합법적인 입법절차를 거쳐 이날부터 시행되는 국내문제이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국내문제는 '국제법의 규율로부터 자유로운 영역, 즉 오로지 각 국가의 국내법의 규율에 맡겨진  법영역'이며, 이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국제법상 '국내문제 간섭'에 해당한다.

비무장지대 접경지역 134만 명의 주민들이 70년간 겪고 있고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직접적인 생명과 생계에 위협을 겪는 것이 실제 상황이다. 그런데 누가, 어디서, 무엇을 위해, 누구의 인권을 논하는가.

미 국무부의 예산지원을 받는 미국의 이른바 인권단체가 탈북자 단체에 금전적 지원을 하면서, 생명과 생계의 위기를 호소하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 당국에 통제되지 않는 정보를 유입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정녕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한 일이고 과연 정당한 일인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살포를 비롯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4.27판문점합의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모두의 여망이 담겨있다. 

표현의 자유가 이런 간절한 소망을 무시하고서라도 보장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나 접경지역 주민들의 인권이나 모두 소중하고 동등하다"는 건 인권이 보편적이라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측면이 아닌 일부 특정한 표현의 방식만을 최소한도로 제한한 것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고 밝혔다.

법으로 금지되는 대북전단 살포는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이북으로 배부나 이동을 하는 행위'를 의미하고 단순히 제3국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는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지침'에 대한 설명일 터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왜 이렇게 중언부언해야 하는지 의구심도 생긴다.

미 국무부 보고서에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정부의 설명과 여당의원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고 '북한인권활동가'와 야당 지도부 인사들의 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법 개정 촉구 주장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북전단금지법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요구, 한반도 평화와 접경지역 안전을 염원하는 시민단체 및 지방자치단체들의 입장, 입법청원에 나섰던 많은 국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는 견해도 있다. 최소한 균형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미국의 보고서가 내용상 객관적 사실에 대한 기술 위주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정작 할 이야기를 그때 그때 당당하게 하지 못하고 조심스러워 하다보면 이렇게 이미 한말을 자꾸 되풀이할 수 밖에 없는 건 아닐까?

또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도 북한 주민의 알권리 증진, 정보유입 확대 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 신체, 평화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무부도 사실에 기반한 정보에 북한 주민들이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며, "정부는 국제사회와 국내외 NGO들과 협력해서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 대해서 보다 정확한 정보를, 보다 실효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 등은 계속 모색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따져 물어야 할 상대에게 '당신 입장도 이해한다. 나도 다르지 않다. 함께 잘해보자'고 손을 내미는 태도인데, 과연 그래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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