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장관과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장관은 17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사진제공 - 외교부]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장관은 17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사진제공 - 외교부]

한국과 미국의 외교부장관은 17일 별도의 단독회담을 거쳐 북한·북핵문제가 시급히 다루어야 할 중대한 문제이고,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긴밀한 공조와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빠른 시일내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했다.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안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미국 국무부장관은 17일 오후 6시 30분 외교부 청사에서 첫 만남을 갖고 80분여의 확대회담 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추가 협의를 위해 이례적으로 장관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25분여의 단독 회담을 가졌다. 단독 회담에는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과 성김(Sung Kim)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만 배석했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며 “양 장관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특히 양 장관은 “북한·북핵문제가 시급히 다루어야 할 중대한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에 진전을 가져오기 위한 양국 간 협력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했다”면서 “대북정책 관련 양국 간 완전히 조율된 전략 마련과 시행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미국 대북정책 검토 과정을 포함하여 앞으로도 각 급에서 긴밀한 공조와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해 주목된다.

북한·북핵문제에 우선 순위와 중요성을 부여하고,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긴밀히 공조해 한미 양국이 ‘완전히 조율된 전략’을 마련해 시행키로 한 것이다. 대체로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추구해온 대북정책 접근 방식이 반영된 흐름으로 읽힌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연계하여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미 간 협력을 계속 증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관계 개선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과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협의체)에 참여를 강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이 외에도 “민주주의·인권 등 공동의 가치 증진과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응 등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한미간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하고 “최근 미얀마 내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미얀마 군・경찰의 폭력 사용 즉각 중단, 정치 지도자의 즉각 석방 및 민주주의의 조속한 회복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알렸다.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최종건 1차관,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건 차관보, 고윤주 북미국장 등이 배석했고, 미국 측에서는 로버트 랩슨 주미대사 대리, 성김 동아태차관보 대행, 토마스 설리번 비서실장, 에드가드 케이건 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블링컨, 중국·북한 작심 공개 비판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두 장관은 기념촬영을 하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발언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작심한듯 중국과 북한의 인권문제를 강한 톤으로 거론했다.  [사진제공 - 외교부]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두 장관은 기념촬영을 하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발언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작심한듯 중국과 북한의 인권문제를 강한 톤으로 거론했다.  [사진제공 - 외교부]

회담에 앞서 정의용 장관은 “바이든 새 미국 행정부의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이 임기 초반에 함께 한국을 방문한 것을 특히 환영한다”며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 근간이자 동북아와 세계평화번영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하고 “블링컨 장관 방한 전에 오랜 현안이었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된 것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장관은 “가까운 시일 내에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어 한미관계 발전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오늘 회담 결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확고히 정착해서 실질적 진전을 향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또 하나의 공통의 도전은 지역과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을 특정한 대목이 눈에 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 경제를 조직적으로 잠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티베트의 인권을 유린하고, 남중국해에서 인권법을 위반하는 주장을 펴기 위해 강압과 침략을 가하고 있다”고 북한과 중국을 직접 비난해 주목된다.

회담에 앞서 기자들 앞에서 ‘공유된 가치’, ‘민주주의’, ‘동맹’ 등을 거론하며 반중·반북 전선을 선명하게 드러낸 셈. 그는 “우리는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수호해야만 한다. 이를 억압하는 이들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변함 없고, 철통 같으며 우정과 상호 신뢰에 공유된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과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위한 공동 비전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석에 따라 ‘쿼드’로 대표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도 동참하라는 메시지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교집합을 통해 미측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블링컨 장관이 방한 첫 날 한미 외교장관에서 대북, 대중 강경발언을 쏟아내 방한 이틀째인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 이른바 2+2회의와 문재인 대통령 예방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국방장관회담, ‘한미일 안보협력’ 강조

서욱 국방부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장관은 17일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현안들을 협의했다. 의장대 사열을 받는 양국 장관 모습. [사진출처 - 국방부 페이스북]
서욱 국방부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장관은 17일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현안들을 협의했다. 의장대 사열을 받는 양국 장관 모습. [사진출처 - 국방부 페이스북]

한편, 서욱 국방부장관과 로이드 오스틴(Lloyd James Austin Ⅲ) 미국 국방부장관은 17일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이라는 한미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

국방부의 이날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 장관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이라는 한미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

또한 양 장관은 “2006년 한미 양국이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이래, 한미 공동의 노력을 통해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음에 주목하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을 재확인”했으며, “양 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했다.

특히 “한미일 안보협력이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협력적인 동북아 안보 구도를 형성함에 있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가치 동맹’을 내세우며 동북아에서 한미일 3각 동맹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려는 구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

[사진출처 - 국방부 페이스북]
서욱 국방부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장관이 17일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진행하기 전 포즈를 취했다. [사진출처 - 국방부 페이스북]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동북아와 한반도 주변, 인도·태평양 지역이 공동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오스틴 장관이 ‘한일관계 개선’을 직접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서욱 장관은 “우리의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예정된 한일 안보협력 스케줄을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방부는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굳건한 한미동맹과 미국의 확장억제를 포함한 철통같은 대한(對韓)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양 장관은 지속적이고 긴밀한 공조가 굳건한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양 장관 간의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