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우리의 정체성을 잘 알고, 중국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고, 일본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려면 유라시아라는 넓고, 크며, 깊고, 다소 복잡하지만, 다양성있는 범주와 개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고구려사와 동아시아 해양사를 천착해 온 윤명철 동국대학교 명예교수가 『윤명철 유라시아 총서』 6권을 전자책으로 펴냈다. 『유라시아 세계의 이해와 활용』『유라시아 세계와 한민족』『천년 서사의 영토 극동시베리아를 가다』『푸른 강역 한민족의 고향 바이칼을 가다』『천산을 넘어 알타이와 로드 루트를 찾아 나서는 길』『중앙아시아 오아시스 로드를 찾아 나서는 길』이 바로 그것.

윤명철, 『유라시아 세계와 한민족』(e-book), 수동예림, 2020.5. [자료사진 - 통일뉴스]
윤명철, 『유라시아 세계와 한민족』(e-book), 수동예림, 2020.5. [자료사진 - 통일뉴스]

저자는 “유라시아 총서는 전문 학술서가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집필한 책이다. 유라시아 세계의 복잡하고 다양한 부분을 쉽고, 통일적으로 이해할 수 체계적으로 있도록 썼다”며 특히 “우리 역사 및 문화와 연관된 사실들을 찾아내서 한민족의 정체성을 규명하는데 도움 될 수 있도록 썼다”고 밝혔다.

더구나 제2권 『유라시아 세계와 한민족』은 무료로 배부하고 있어 코로나 시기 답답하고 무료한 일상에 가볍게 유라시아로의 독서여행을 떠날 수 있게 안내해 준다.* 

한반도와 동북아에 갇혀 있는 우리의 시야를 시원하게 트여줄 뿐만 아니라 저자가 범주화 한 ‘알타이 문명권’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알 수 있다.

구석기 시대부터 일제시기 독립운동까지 역사를 종으로 꿰뚫고 언어와 신앙, 고분과 문화예술까지 다방면을 횡으로 엮는 광범위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저자의 오랜 학술 활동뿐만 아니라 예전의 바닷길을 따라 뗏목 하나에 목숨을 걸었던 실천적 발자취들이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그러나 다 알다시피 고대사와 북방, 더 나아가 유라시아까지 논의를 펼치다 보면 개념과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정설과 가설이 뒤엉키게 마련.

필자가 설정한 원조선 문명권의 주체들은...사용한 언어와 역사적인 경험들을 고려하면 ‘문명공동체’일 가능성이 크다. 즉 한반도 북부와 만주지역에서 명멸했던 예맥 계통의 주민들, 동호 계통의 선비계, 거란계 주민들, 숙신계의 주민들, 그리고 고아시아족을 비롯한 여러 종족들은 고대에는, 비록 강고하진 않았지만 느슨한 역사공동체였다. 그렇다면 원조선의 핵심 구성원인 예맥인들과는 혈연이나 언어상으로 큰 차이가 없으므로 큰 범주 내에서는 동일한 집단으로 볼 수도 있다.(136-137쪽)

현재 한민족의 국호는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유라시아 알타이어권에 나타난 ‘칸(Kan Khan)국’과 동일하다. 그러므로 ‘한국’이라는 국호의 발음과 의미는 한국문화의 영역을 넘어 유라시아의 전반, 서는 그 밖에도 신명, 인칭, 족칭, 국명, 지명, 강명, 산명 등에 쓰였으며 수도로도 사용되었다. 고구려의 환도, 백제의 한성, 발해의 홀한성(상경성) 등은 이러한 예이다.(153-154)

저자 역시 “유라시아 세계는 지리적인 위치로 인하여 세계에서 복잡한 문화와 인종 등이 뒤섞인 대표적인 혼합문명권”이라며 “일부의 사실과 현상만을 선택해서 우리 역사와 문화와의 특별한 연관성을 주장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6개의 횡단로와 3개의 종단로로 구성된 유라시아 교통망. [자료 - 윤명철]
6개의 횡단로와 3개의 종단로로 구성된 유라시아 교통망. [자료 - 윤명철]

저자는 이처럼 복잡하고 난해한 유라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풍부한 이야기로 풀어놓고 있다. 시베리아 샤머니즘 계통의 청동제 거울, 칼, 방울 형태의 ‘삼종무구’라든지 신화와 금관, 무덤 등 고대 유적과 유물들을 풍부한 사진들을 활용해 한층 가깝게 보여줌으로써 우리 문화와의 비교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독자들은 아마도 고구려가 등장하고 당나라와 수나라와의 전쟁이 전개될 즈음에야 익숙한 우리 역사에 몰입될 수 있을 것이다. 고구려 유민 출신 당나라 명장 고선지와 신라의 승려 혜초, 해상왕 장보고가 등장할 때쯤이면 이제 신나는 책읽기가 될 수도 있다.

마침내 발해 이후 몽골의 고려 침입과 조선과 일제시기로 이어지는 과정은 독립운동가들이 만주벌판을 누빈 것처럼 아직 유라시아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지만 유라시아 역사 무대에서 우리 민족의 입지가 날로 줄어드는 안타까운 상황을 확인하게 된다.

“러․일전쟁의 결과는 을사조약으로 이어져 한국은 끝내 주권을 일본에 거의 빼앗기고 망국의 운명을 맞는다. 결국 조선의 근대화는 서구열강과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이었으며, 이는 해양력을 바탕으로 한 포함외교에 굴복한 일이었다.”(252쪽)

물론, 역사란 늘 위기에 처할 때일수록 민족적 자각과 더불어 집단적 저항이 발생하고 민족적 영웅도 등장하는 법일 터.

“절망감을 느낀 백성들과 앞날을 대비하려는 이들, 또 현실을 바꿔보려는 사람들이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넜다. 그들은 간도에서 연해주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학교를 세우면서 독립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에 안중근이 역사에 등장했다....북로군정서가 결성되어 대종교의 2대 백포 서일이 총재를 맡았다...북로군정서의 김좌진장군과 대한 독립군의 홍범도 장군이 합동으로 지휘한 1500명의 독립군...청산리 대첩은 패배와 슬픔의 그늘에 잠겨있던 조선에 승리의 자신감을 남기고 독립의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었다.”(252~253쪽)

저자가 정의한 ‘유라시아’ 지역에는 우리가 서유럽이라 부르는 유럽은 거의 포함돼 있지 않고 한국사와 동아시아 해양사 전공자로서 한계도 있을 것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익숙치 않는 전자책(e-book)이라는 형식이나 다소 덜 다듬어진 편집 등도 독서의 맛을 반감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가능하면 객관적이고 검증된 사실을 근거로 썼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출판사와 상의하여 무료 배급하기로 결정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유라시아 세계의 이해는 물론이고, 우리와의 연관성을 정확하게 인식해서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 제2권 『유라시아 세계와 한민족』 무료 배부는 수동예림 출판사 전자우편(joo9300@naver.com)으로 요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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