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일 해저터널이냐, 남북 고속철도냐를 놓고 정치권에서 여야 간에 논란이 첨예화되고 있습니다. 발단은 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부산을 방문해 한일 해저터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에서 비롯됐습니다.
김 비대위원장은 올해 4월7일 부산 보궐선거와 관련해 여당인 민주당이 추진하겠다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이에 더해 “부산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선거공약화 한 것입니다.
사실 한일 해저터널은 새로운 계획이 아니라 해묵은 사안이기도 합니다. 이전 정부들에서도 많은 검토가 있었는데 막대한 건설비용 탓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한물간 사안으로 치부해 두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이에 민주당이 한일 해저터널은 일본의 대륙 진출만 허용할 뿐이라며 친일적 행위라고 역공을 취하고 나서자, 김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제안한 한일 해저터널 공약에 대해 친일과 관계없다고 선을 그으며 방어막을 치기도 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정치적 공방에는 옳고 그른 게 없습니다. 그저 내뱉듯 발설하고, 상대편이 반대를 하면 또 우기면 되고, 이어 상대편도 악다구니를 쓰고... 이런 과정의 끝없는 연속일 뿐이니 종당에는 본질은 간 데 없고 과잉언어만 난무해 국민과 유권자들을 지치게 만들 뿐입니다.
이에 민주당은 더 나아가 4일 ‘남북 고속철도 추진 특위 발대식’을 갖고 남북 고속철도 연결 추진을 천명,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한일 해저터널에 맞불을 놓았습니다. 부산발 모스크바행 열차를 타고 서울을 거쳐 베이징, 선양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 노선을 달리는 장대한 유라시아 철도 길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입니다.
일찍이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평양을 방문하면서 남북 철도를 연결해 유라시아와 잇는 ‘철의 실크로드’ 구상을 밝힌 적이 있으며, 남북 철도 연결은 2007년 10.4선언과 2018년 4.27판문점선언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한반도는 물론 삼면이 바다이지만 분단된 한국은 삼면이 바다에다 나머지 한면마저 철조망으로 막혀 있어 사실 섬보다 못한 형편에 놓여 있습니다. 어딘가로 뚫고 나가야 합니다. 해저를 뚫고 섬나라와 연결할지, 철조망을 뚫고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갈지 말입니다.
한일 해저터널과 남북 고속철도. 물론 둘 다 나라의 발전전략입니다. 이 발전전략이 정치권에서 4월 보궐선거를 겨냥해 나왔길래, 그 순수성에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사안이 정치적 문제로 흐르는 게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는 정치적 문제가 아닌 민족적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가 그렇지만 두 가지 사안을 함께 하기는 어렵습니다. 재정과 자원, 시간 등이 한정돼 있는 조건에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본다면 어느 쪽이 우선순위일까요? 해저는 섬나라로 통하기에 과거지향적이고, 고속철도는 남북이 소통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기에 미래지향적입니다. 해저는 어둡고 유라시아는 밝습니다.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