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시절 간첩 조작사건의 피해자를 다룬 영화 <자백>의 주인공 재일동포 김승효 씨가 26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교 3학년이던 김승효 씨는 1973년 서울대에 진학했다가 이듬해인 1974년 하숙집에서 영장 없이 중앙정보부 직원들에 의하여 강제연행됐다. 이후 고문 끝에 간첩이라고 자백했다.
이듬해 고인은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간첩 미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받고 12년을 선고 받았다가 1981년 8월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 되어 일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병원을 전전해야 했다.
고인의 형 김승홍 씨는 2015년 조현병을 앓는 고인을 대신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피고인이 불법 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고인은 2018년 재심에서 무죄 선고 및 무죄 확정을 받았다.
영화 <자백>을 연출한 최승호 뉴스타파PD(전 MBC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영화 <자백>의 주인공인 재일동포 간첩조작 피해자 김승효 선생님이 오늘 별세하셨습니다”면서 “2015년 뉴스타파의 취재 당시 ‘나는 무죄야’ ‘한국은 나쁜 나라’라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자신에게 가한 고통을 고발했습니다. 선생님은 한국에는 다시 가지 않겠다는 고집을 껶지 않으셨지만 다행히 2018년 재심에서 궐석재판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끝내 병마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셨고 오늘 별세하신 것”이라고 별세 소식을 알렸다.
아울러, 최 PD는 “고인의 친구였고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사건으로 오랜 고통을 받은 뒤 재심을 통해 명예회복을 하신 강종헌 선생님이 소식을 전해오셨다”고 덧붙였다.
재일동포인 강종헌 NPO법인 '삼천리철도' 고문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슬픈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마음이 괴롭습니다. 오늘 새벽 김승효 씨가 세상을 떠났답니다. 방금 김승홍(김승효 선생님의 형)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며 “고생만 하고 나라에서 아무 것도 위로 받지 못하고 떠난 그를 생각하니 슬픔보다 분노가 치솟네요”라며 부고와 함께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