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0일 오후 아산정책연구원 초청강연에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사진출처 - 미대사관 페이스북]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0일 오후 아산정책연구원 초청강연에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사진출처 - 미대사관 페이스북]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각 국가에서 오는 대표들이 권한을 가지고 각자 지속적으로 만나서 로드맵을 만들고 합의한 목표 만들고 이를 지도자들이 확고하게 확정 짓는 것이다. 이것이 2년 반동안 교훈이다. 그리고 북도 이를 배우길 바란다.”

사실상 ‘고별 방한’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0일 오후 아산정책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북미협상의 교훈을 이같이 요약했다.

2018년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가 도출됐지만 자신이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했던 2019년 2월말 하노이 정상회담이 빈손(no deal) 결렬로 끝난데 대한 아쉬움이 커 보였다.

그는 “협상팀이 (하노이) 정상회담 전 주에 도착했을 때 그런 논의할 권한이 없었다”며 “지속적으로 계속해서 실무적으로 논의하지 않는 한, 지도자들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명확히 이해하지 않는 한 합의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우리는 이를 북 카운트파트들이 배우길 바란다”고 북측에 ‘교훈’을 전하기도 했다.

비건 부장관은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담아 '교훈'을 전했다. [사진출처 - 미대사관 페이스북]
비건 부장관은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담아 '교훈'을 전했다. [사진출처 - 미대사관 페이스북]

비건 부장관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8월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아 지난해 2월말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 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인근에서 열린 북미 실무접촉에 나섰지만 역시 결실을 내지 못했다. 이후 방북의사를 발신하기도 했지만 북측의 호응을 끝내 끌어내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무부 부장관에 임명됐지만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계속 맡아 북미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내년 1월 바이든 정권의 등장을 맞게 됐다.

그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교훈으로 “첫 번째 배운 것은 정상회담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실무 협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함께 협상하는 북측 팀이 좀 더 권한이 있었다면 큰 진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교훈은, 북한을 사람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라며 “북측 인사들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나는 낙관한다. 모든 가능성 열려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인간적 교류와 지속적 교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양측 누구도 무엇을 할 때까지 모든 것을 하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다만 로드맵은 기대할 수 있다.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주 크고 과감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북미 관계 전환, 항구적 평화 체계 구축, 궁극적으로 북한과의 경제 협력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번영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요약했다.

비건 부장관은 9일 오전 외교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한미 차관회의를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비건 부장관은 9일 오전 외교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한미 차관회의를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비건 부장관은 9일 오후 외교부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사진출처 - 미대사관 페이스북]
비건 부장관은 9일 오후 외교부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사진출처 - 미대사관 페이스북]

협상파로 분류되는 그는 “미래를 고려했을 때, 외교가 북한과의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자 유일한 방법”이라며 “지속적인 포용과 어려운 절충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북한과 미국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진지한 외교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내 임기는 곧 끝난다. 새로운 팀이 들어설 것이고 나는 그들에게 우리 모든 경험과 힘들게 얻은 약간의 지혜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하고 “전쟁은 끝났다. 분쟁의 시간도 끝났다.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가 성공하려면 함께 해야 한다. 한국, 북한, 미국이 함께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한국 민족이 모두 누릴 수 있는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한미 차관회의를 가진데 이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관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비건 부장관은 이날 강연에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과 면담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젝트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는 그는 “강경화 장관, 서훈 실장, 정의용 전 실장, 최종건 차관, 조세영 차관 특별히 이도훈 본부장에게 감사드린다. 이분들의 긴밀한 협력에 큰 도움 받았다”고 고별인사를 남겼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비건 부장관이 즐겨찾는 식당을 통째로 빌려 만찬을 베풀었다. [사진제공 - 외교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비건 부장관이 즐겨찾는 식당을 통째로 빌려 만찬을 베풀었다. [사진제공 - 외교부]

비건 부장관을 공식 초청한 최종건 1차관은 그가 한국에 오면 즐겨찾는 음식점을 통째로 빌려 만찬을 대접하는 등 그간 그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에 각별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는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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