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의 3일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감에서는 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의 대북 공개 접촉과 대공 수사, 황장엽(黃長燁)씨 외부차단설, 도.감청 문제 등이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임동원 원장이 대북 공개 접촉을 하면서 국정원 본연의 업무인 남파간첩 수사 등에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냐고 집중 추궁했다.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 의원은 "정보기관의 수장이 북한의 대남 공작 총책임자와 공개리에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행동 아니냐"면서 "이 때문에 국정원 본래 기능인 간첩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또 "황장엽씨가 외부와 강제 차단되고 있다는 설이 있는데 진상을 밝혀달라"면서 "국정원이 과거처럼 정치사찰을 위한 도.감청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따졌다.

같은 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너무 매달려 나라가 걱정"이라며 "핸드폰을 도청할 수 있는 장비가 미국에서 개발됐다는데 국정원이 이를 도입했느냐"고 물었다.

정 의원은 "임 국정원장이 대북 접촉을 위해 대통령 특사를 한 것은 국정원법 8조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고 따진 뒤 "국정원내 3급이상 간부의 경우 특정 지역 출신이 많은 것 같은 데 출신지별 분포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김기춘(金淇春) 의원은 "단 하루를 대통령 특보를 하더라도 일단 국정원장직에서 사퇴했다가 다시 임명하는 절차를 밟아야 국정원법에 맞는 것"이라며 "임 국정원장이 통일부 장관이 할 일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느냐"고 추궁했다.

김 의원은 "대공 수사기능은 국정원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라며 "과거 서독이 동방정책을 펼 때 동독 간첩의 준동이 더 심했던 예에서 알 수 있듯 남북화해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이 냉전 시대보다 대공 수사가 더욱 어려운데 임 원장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밖에 북한의 인권문제와 식량 등 지원물자 배분의 투명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대북 특사 문제에 대해 임 원장 옹호에 적극 나섰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의원과 정형근 의원 사이에 설전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규(朴尙奎) 의원은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 마당에 임 국정원장이 한시적 특사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박 의원은 또 "도청장치를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다 정부 기관에 대해서도 쉽게 도.감청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남북 접촉이 빈번한 상황에서 북한의 도.감청을 막을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 박상천(朴相千) 의원은 "역대 대통령들이 안기부장을 북한에 보낸 것은 이들이 북한 정보에 가장 능통해 실수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임 원장은 답변에서 "특보임무 수행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국가안보 차원의 대북 전략 등을 고려한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국정원 본연의 임무수행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국정원장의 겸직금지 조항은 국익을 위해 전념토록 하라는 의미로, 특보 활동이 국정원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또 국정원 간부의 인사 편중 논란에 대해 "3급 이상 간부의 출신지별 분포는 수도권 42.6%, 영남권 22.6%, 호남권 18.7%, 충청권 12% 등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는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노동당비서가 "망명자의 입장에서 공식적인 국감장엔 나갈 수 없다"며 참고인 출석을 거부했다.

그러나 베이징(北京) 납치 미수사건 관련자인 조명철(趙明哲)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귀환 납북어부 이재근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으며, 이씨는 "북한이 외국 지원물자를 받으면 사진만 찍고 다시 회수해갔다"면서 지원물자의 투명한 배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200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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