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군사전문가)


일제 잔재를 이어가는 미군

주한미군의 군사지도에는 아직도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다. 그들은 절대 이 표기를 수정하지 않는다. 우리 국방부는 한미연합사령부에 이 사실을 항의 한 바 없다. 그러면서 연합사가 동해라고 하건 일본해라고 하건 전혀 알 바 아니라는 투다.  
 
한국의 시차 기준은 동경 135°다. 우리 영토를 전혀 지나지 않는 동해 한가운데를 시차 기준으로 하다보니까 한국의 시간 개념은 크게 왜곡되어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해방 후 미군이 한국과 일본의 시차 기준이 다르니까 작전에 혼선에 생긴다고 해서 한국정부가 미국의 요청으로 시차 기준을 바꿔버린 것이다. 일본 오끼나와에서 출격한 미군 비행기가 한국에서 작전을 하면 시간개념이 달라져 혼선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같은 이유에서 일본에서 출격한 미군 비행기가 일본해를 지난다고 무전을 칠 경우 한국군이 미군 비행기가 동해를 지난다는 것으로 알아듣지 못하고 일본 근해 어디쯤을 지나는 것으로 오인할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이로 인한 혼선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은 시차로 인해 생기는 혼선 못지 않게 중요한 것 아닌가. 나는 이점이 궁금하기 짝이 없다. 왜곡된 시간과 왜곡된 명칭의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느새 불감증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친미 주류군맥의 비밀

국방부 고위층에서 발견되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다. 영어를 잘하는 장군은 굉장히 유능한 장군, 영어를 못하는 장군은 무능한 장군이라는 이분법이다. 대개 고위 장성 보직이동이 있을 경우 신문지상에 나는 인물평을 보면 `영어가 유창하다`는 표현이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보도용 인물평을 작성할 때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을 넣고 싶어하는 본인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배경을 한번 보자. 국방부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1년간 국비 유학생을 총 643명을 보냈는데, 이중 박사과정 유학자 207명중 159명이 미국 유학생이다. 그 다음으로 영국이 26명이며, 독일 3명, 러시아 1명, 스페인 2명, 이태리 1명, 일본 9명, 캐나다 1명, 프랑스 4명, 호주 1명이다. 박사의 77%가 미국 박사다. 그나마 미국식 사고를 깊이 추종하는 미, 영, 일 3개국 박사 유학자가 전체의 94%에 달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오로지 미국 중심의 세계관에 편중되기 쉬운 교육환경, 다양성이 상실된 사고구조를 확대재생산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럽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히 적고 세계에는 오직 미국만이 존재한다는 집단적 착시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런 사고 속에서는 미국의 전방위적인 F-15K 구매압력도 압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국민들이 다 아는 명백한 미국의 압력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전혀 압력이 없었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정 억울하면 미국 가서 박사학위 받고 오라고. 얼마전 집권 민주당의 최고 실세 아들이 미 방산업체 도움으로 미국 가서 공부하고 졸업 후 미국 방산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유학을 알선한 방산업체는 F-15K를 공급한 보잉사, 취업을 알선한 업체는 F-15K 엔진을 공급한 GE사라고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그 이상이다. 국방부 고위층 자제들도 그와 동일한 혜택을 받은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그 중 내가 아는 분도 몇 사람 있지만 차마 개인의 명예를 생각해서 밝힐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런 혜택을 못받으니까 억울해서 자꾸 시비를 거는 것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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