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적 환영만찬 이모저모 >-1

북측 방문단과 남측 이산가족은 15일 저녁 대한적십자사가 강남구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COEX) 그랜드볼룸에서 주최한 환영만찬에 나란히 참석, 재회의 기쁨을 함께 했다.

이날 만찬은 상봉 시간이 지연되는 바람에 예정보다 1시간여 늦은 오후 7시40분께 시작됐으며 남북 상봉자 6백여명과 한적 관계자 1백여명 등이 참석했다.

한적 봉두완(奉斗玩) 부총재는 환영사에서 `만나면 이렇게 좋은 것을 왜 50여년 동안이나 미뤄왔는가`라면서 `반세기 동안 간직했던 회포를 이 자리에서 맘껏 푸시길 바란다`고 축원했다.

그는 이어 `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면서 `사랑`이라고 외치며 건배를 제의했고, 참석자들은 이에 `봉사`라고 화답하며 축배를 들었다.

류미영(柳美英)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장은 `지금 이순간 기쁨을 금할 수 없다`면서 `여러분 모두의 건강을 기원한다`며 건배를 제의했다.

봉 부총재는 이날 류 단장에게 나전칠기를 선물했고 류단장은 포장된 선물꾸러미를 남측에 전달했다.

한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한 100명에게 전달한 선물은 보드카 3병, 들쭉술 2병, 인삼탕.인삼정 각 2병, 도자기, 완구, 담배 2보루 등이라고.

0...류 단장은 만찬 직전 `가족들을 만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내일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들 딸들을 무척 보고싶다`며 애타는 모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류 단장의 자녀 상봉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다.

0...헤드테이블에는 류 단장과 봉 부총재를 비롯해 민주당 서영훈(徐英勳) 대표 , 박기륜(朴基崙) 한적 사무총장, 최승철 적십자회담 북측 수석대표 등 10여명이 자리잡았다.

서 대표는 `내가 66년부터 적십자를 했는데 그때는 일이 안 풀리면 집어던지고 나가버리곤 했다`면서 `지금은 참 좋아졌다`고 농담을 건네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0...이날 만찬에서는 남북 상봉가족들의 좌석 배치를 놓고 한때 혼선이 빚어지고도 했다.

남측은 상봉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의했으나 북측이 `이번 만찬은 공식만찬으로 예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획 변경은 곤란하다`면서 `남측 가족은 다른 장소에서 식사를 하도록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는 것.

결국 남측 가족과 북측 가족이 만찬장에서 함께 식사를 하되 자리 배치는 남과 북으로 구분키로 남북이 합의함으로써 `일시적 이산`이 초래됐다.

이로 인해 남북 가족 사이에는 `50년만에 만난 이산가족을 이렇게 갈라 놓을 수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으며, 일부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이 있는 좌석으로 가려다 한적 요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또 식사를 마친 남측 가족중 일부는 북측 가족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원래는 별도의 홀을 제공하려 했다`면서 `같은 장소에서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다보니 다소 어색하게 됐다`고 말했다.



< 한적 환영만찬 이모저모 > -2

0...만찬장에 나온 서영훈 민주당 대표는 북측 류미영 단장에게 `오익제씨는 잘 있느냐`고 물었고 류 단장은 `잘 있다`고 대답.

이에 서 대표는 `내 이야기 하면 아주 잘 알거요`라고 화답했고 류 단장은 이어 `오선생이 서 위원(적십자중앙위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안부 전하겠다`고 응답했다.

오익제씨 역시 류미영씨에 버금가는 대표적인 월북자이다.

0...또 다른 테이블에 앉았던 인민예술가 정창모(68)씨는 `2시간 남짓한 만남의 시간이 너무 짧다. 식사를 같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섭섭하다.하루빨리 통일이 되기를 기원할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

방남 이산가족중 최고령인 황의분(84)씨는 `전혀 피곤하지 않다. 올케를 만나 좋지만 이미 죽어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더 생각난다. 벌써 이런 자리가 있었어야 했다. 너무 원통하다`고 말했다.

황씨는 또 `남한 북한이란 말 듣기 안좋다. 우리 조국의 남반부 북반부란 말을 쓰면 어떻겠는가`라며 분단의 의미가 짙은 말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0...북한 과학자인 조주경씨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감개무량하다. 너무 기쁘다. 오늘 밤에 잠이 올 것 같지 않다`고 설레는 마음을 표시.

남동생을 만난 김은순(63)씨는 `어려서 헤어져 얼굴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혈육이 무섭더라. 눈매가 닮았다. 김정일 장군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동생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실감이 나질 않았는데 이제야 현실인 것을 알겠다고 심경을 표현.



< 한적 환영만찬 이모저모 >-3

0...이날 만찬장에는 115개 테이블에 900여개의 좌석이 마련됐다.

저녁 메뉴는 생야채와 들깨소스, 전복죽, 삼색전, 메로 간장구이, 갈비구이와 야채, 쇠고기 버섯국, 떡.과일 등 한정식이 올랐다.

또 콜라, 사이다, 생수 등의 음료와 맥주, 안동소주, 스페셜 마주앙 등의 주류도 테이블에 올랐으며 남북합작 담배인 한마음 등이 제공됐다.

만찬준비를 맡은 조선호텔 오만환(50) 연예서비스 과장은 `맨 처음엔 호박죽으로 준비했었는데 북측이 전복죽을 요청해 와 메뉴가 일부 변경되기도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0...헤드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박기륜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과 최승철 북한 적십자회담 수석대표는 수십년에 걸쳐 형성된 친밀도를 과시하기도 했다.

먼저 박 총장이 `9월에 회담을 해야지`라고 말을 꺼내자 최 수석대표는 `그럼, 합의서대로 해야지`하고 즉답했다.

이어 최 수석대표가 `비전향 장기수 송환은 결정됐나`라고 묻자 박 총장은 `약속대로...`라고 말하며 최 대표의 손을 꼭 잡았다.

0...남북 이산가족이 따로 떨어져서 식사를 한 만찬장에서 일부 남측 가족들이 북측의 가족들을 만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충북 영동에서 온 장명순(64.여)씨는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줄 알고 외삼촌(김희영씨)에게 꽃다발을 전해주지 못했다`면서 `내일이면 다시 만나겠지만 이 꽃다발은 오늘 꼭 전해줘야 한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마침 취재중이던 기자들이 장씨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아 외삼촌 김씨에게 전달해 주기도 했다.


연(200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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