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 김치관 기자(ckkim@tongilnews.com)


▶남북정상회담 600일
[저자] 최원기, 정창현
[출판사] 김영사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은 그 역사적 의미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거의 아무도 예기치 못했던 이런 역사적 사건이 과연 어떻게 갑자기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을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보았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600일`은 바로 이같은 질문에 세세한 답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최원기, 정창현이라는 두명의 현직 기자가 서로 다른 시각과 논점에서 각자의 문체로 엮은 이 책을 읽는 이들은 먼저 그 세세함과 방대함에 놀라게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남북관계와 정상회담에 대해 한두가지의 성명서나 합의서 등 공식적 기록에 나타난 내용 이외에는 신문에서 접하는 정도의 내용이 전부일 것이다. 그러나 이책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그 이면 세계에서 다양한 보좌진들이 숨가쁘게 엮어나가는 생생한 현장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그것도 마치 곁에서 그 순간 순간의 가쁜 현실을 그대로 손에 잡힐 듯한 긴박감을 갖고서.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현장을 뛰는 기자들의 생생한 현장감과 더불어 다면적 분석과 역사적 시각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때로는 현장의 사실을 그대로 중계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분석적 시각을 제시하기도 하는가 하면 관련자들의 글을 싣기도 하는 등 다양한 접근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그저 잡다하거나 가볍게 만은 느껴지지 않은 것은 저자들의 이 분야에 대한 오랜 축적물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소개나 묘사 하나만을 보더라도 이미 `곁에서 본 김정일`이라는 책자를 펴낸 바 있는 저자 정창현 기자의 풍부하고 깊은 고찰이 밑받침되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토대가 있기에 남북정상회담이나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 그리고 그 측근들에 대한 이해가 단순한 상황 묘사를 넘어 상당한 기간의 역사성을 띤 고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우연이 아닌 오래전부터 준비과정을 거친 600일의 드라마로 파악하고, 이 이면에 흐르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남북과 국제 관계의 역학이라는 복합적이고 긴 안목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변화와 정상회담 이후의 전망에 대한 부분은 다소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역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저자들은 여러 방면에서 북한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으며, 정상회담 이후 새로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주한미군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역학에도 미묘한 변화의 기류들을 예고하고 있다.

급박한 정세의 변화를 이렇게 다방면적이고 축적된 역사적 사실들에 입각해 신속히 책자화 해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이다. 아마 저자들이 일선을 뛰는 기자이자 오랜 기간 이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전문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물론 이 책이 모두 미덕으로 읽히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은 정상회담의 열기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들뜬 분위기를 드러내 보일 수도 있고, 조금은 가볍고 짜임새가 부족한 듯한 접근도 눈에 띈다. 그러나 이런 약간의 미진함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갖는 가치와 독특한 장점으로 인해 통일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자료로 쓰여질 수 있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드라마를 더 오랫동안, 더 깊이 새겨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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