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 기자(hjpark@tongilnews.com)


박재규 통일부장관은 26일 북쪽의 요청으로, 이미 합의됐던 각종 교류 및 회담 일정을 늦추기로 양쪽이 사실상 양해했음을 공개했다. 지난 9월말 3차 장관급회담에서 북쪽이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내년 봄까지만 참아달라` 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26일 아침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세종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북쪽은 3차 장관급회담(9월 27∼30일, 제주)에서 `아무래도 한두달은 속도를 줄여야 할 것이지만 내년 봄이 되면 남쪽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속도를 내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박 장관은 `북쪽의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 대미 관계 개선 일정 등으로 11월말까지는 (남북관계 일정이) 밀릴 것으로 생각한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2.3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등 이미 합의한 남북관계 일정 대부분이 한두달 남짓씩 순연될 전망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 `북한이 남북대화 속도를 늦추겠다고 한 것은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과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 준비 등으로 바쁘기 때문이라고 우리 정부는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의 대미(對美) 행사가 끝나는 11월말 내지 12월부터는 남북관계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고 밝히고, `따라서 11월2~4일과 12월5~7일로 합의됐던 제2, 제3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모두 12월에 실시하는 방안을 북측과 협의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12월초에 한차례 100명씩, 12월 중순쯤 또 한차례 100명씩 상호 교환방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위해 11월말부터는 예비후보 명단을 교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남·북한 합의사항 이행을 연기할 것임을 정부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박 장관의‘북쪽 감속 요청’발언이 논란이 되자, 정부는 이날 오후 통일부 대변인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어 `북쪽이 남북간에 합의된 구체 사업까지 전반적으로 감속하자는 공식요청은 없었다`며 `정부는 합의사항을 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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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에 합의이행 촉구하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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