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군사전문가)

아마튜어와 프로의 군

한국형 K-1전차는 한 대 값이 약 50여억원이다. 이 전차가 조종병의 오조작에 의해 변속기가 수시로 파손되는데 변속기의 경우 한번 파손되면 수리하는데 5천7백만원, 교체하는데 2억원이 든다. 육군 전차부대는 이 전차 변속기 파손으로 인해 거의 노이로제가 걸려 있다시피 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운전병 오조작으로 인해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면 자동으로 엔진이 꺼지도록 해서 변속기 파손을 막았다. 이렇게 하니까 재시동에 약5초가 허비된다. 위급한 전쟁시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면 독일의 전차부대는 최소한 6주 이상 교육받은 장기복무 직업 하사관이 조종을 한다. 장비에 대한 정통한 지식을 갖고 효율적인 장비 유지관리가 가능해진다. 독일 전차부대보다 한국의 전차부대의 인력유지비가 당연히 저렴하다. 한국은 거의 공짜에 가까운 `징병`된 사병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차부대 유지비 전체는 한국군이 훨씬 많다. 비전문가인 사병들이 고가의 장비를 다루는 데 따르는 각종 부작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값싼 징병제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로 경제적인 국방이라는 기존 관념은 한마디로 근거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군의 과도한 인력보유는 조직팽창, 예산팽창의 주범이며 한국군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징병제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육군의 경우 매년 4천명 정도의 정신병자가 발생하여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징집시 각종 인성검사에서 걸러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숫자의 정신이상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전근대적인 부대관리, 인력관리 때문이다. 반면 지원병제도를 근간으로 한 해공군에는 이런 일이 없다.

군 정신병자 발생의 90% 이상이 육군에서 발생하고 있다. 해공군 업무가 육군보다 더 손쉬운 것은 아닐진대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공군 지원병은 자기가 지원한 자원들이고, 육군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징집된 사병들이다. 당연히 부대생활에서도 지원병이 모인 군이 더 생기가 돌고 활기가 찬다.
 
효율 낮은 인력운영
   
육군의 군수사와 정비창, 보급창, 인쇄창, 지도창 등 헤아릴 수 없는 지원부대의 인력구성도 대부분 사병들 위주로 되어 있다. 이들이 하는 직무를 분석해보면 도저히 현대사회의 군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육군 보급창은 장교들 잠바까지 직접 생산한다. 민간업체에서 구매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소소한 보급품까지 군에서 낡은 생산라인을 가동시키는 다수 공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력운영의 방만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징병제도는 한반도 방위의 현실에 맞지 않는 효율성 낮은 전투부대를 과도하게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향후 한국의 지상전투 발전방향은 고속기동군단과 산악전에 능한 정예 경보병 사단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방사단의 경우 전투력이 의심스러운 소총수 위주의 보병사단이 위주로 되어 있으며 아직도 걷고 쏘고 뛰는 훈련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부대가 현대전을 과연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군은 지난 50년의 한국전쟁 종전 이후 괄목할만한 군 구조 개편을 한번도 겪지 않은 채 5, 60년대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징병제도에 비롯된 안이한 국방정책이 아닐 수 없다.
 
징병제도로 인한 사회문제는 갈수록 더 심각해져가고 있다. 매년 40여만명이 징병검사를 받고 있으며 이중 31만여명이 현역으로 입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은 물론이요 양심적 병역거부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병역기피문제도 이제는 제도의 힘으로써 바로잡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는 방법은 바로 지원병제도의 도입이다. 군의 전문화·과학화가 촉진될 수 있으며 현대화된 군으로 면모를 일신할 수 있는 새로운 국방 인력 수급제도야 말로 국방을 강화하며 사회문제도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해결책이다. 더 늦기 전에 지원병제도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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