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자신만의 스타일을 하나씩 드러내며 `은둔의 지도자`에서 `국제적 지도자`로의 변신을 꾀하기까지 하는 느낌이다.
김 대통령의 방북 첫 날인 13일 의전상의 파격은 차치하고라도 이튿날 오후 백화원영빈관에서의 단독회담 환담석상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보여준 행동은 그같은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관상으로 김 위원장은 종전에 선호해오던 검정색 선글라스를 벗고 김 대통령과 만날 때는 옅은 색이 들어간 선글라스를 착용했으며, 얼굴에는 검버섯이 선명하게 비쳐 자연스러운 인상을 주었다.
그는 구두의 굽을 높여 165㎝ 정도로 추정되는 신장보다 훨씬 크다는 인식을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김 대통령과 엇비슷한 키를 만들어내는 열의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점퍼 계통의 간편한 인민복을 착용, 자신이 통치하는 체제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도 은연중에 내비쳤다.
내면적인 차원에서도 김 위원장은 "구라파 사람들이 나보고 왜 은둔생활을 하느냐고 물었다" "김 대통령이 평양에 오셔서 은둔에서 해방됐다" 등 거침없는 언변을 과시, 연설기피증 등 세간의 설을 일축했다.
김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공항에 나온 것을 보고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들이 기립박수 했답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그는 "제가 무슨 큰 존재라도 됩니까. (공항에 간 것은 인사로 한 것뿐인데..."라고 답변, 겸손한 이미지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잠자리의 편안함을 묻고 "아무리 대우를 잘 해도 제집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라며 어른에게 깍듯한 예우를 하기도 했다.
이런 행동들이 작위적인 자기연출일 수 있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김 위원장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던 고압적인 지도자, 신경질적 성격의 소유자 등과 같은 고정관념에서 상당부분 탈피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연합 (2000/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