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날 김 대통령을 위해 인민군 육. 해. 공군으로 구성된 의장대의 사. 분열행사를 개최한데 이어 순안공항에서 백화원영빈관까지 40여분동안 김 대통령과 함께 차량에 동승하는 등 `손님`에 대해 최대한의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외국 국빈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향후 회담의 전도 뿐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에 상당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의 이같은 파격적인 의장행사는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해온 일부 부처의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측은 전반적으로 외국의 국가 원수 방문 이상의 수준에서 의전행사를 마련했지만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를 고려해 상당히 절제한 흔적도 엿보인다. 북측은 통상외국의 국가 원수가 방문할 때 의장대 사열과 분열은 물론 21발의 예포발사와 함께 양국 국기를 게양하지만 이번에는 후자를 생략했다.
또한 두 명의 화동이 환영의 꽃다발을 증정할 때도 통상적인 관례와는 달리 김위원장은 빼놓고 김 대통령 부처에게만 전달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세밀한 구석까지 치밀히 배려하는 `극진한 예우`를 느끼게 했다.
북한이 김 대통령을 위해 의장행사를 개최한 것은 남북관계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말해 그 동안 묵시적으로 `특수관계`로 인정돼온 남북관계가 남북한 정상이 참여한 공개적인 의장행사를 개최함으로써 국가대 국가 관계로 새롭게 규정되는 사례로 평가된다.
외교부, 국방부 의전담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항 의전행사는 국가 원수나 원수급에 준하는 VIP들을 최고 예우로 대접한다는 의미에서 실시된다. 이 때문에 북한도 김 대통령을 남한의 국가원수로 인정하고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이 공항 의전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서 "상당히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재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취재기자는 인민군의장대 사열과 분열식을 예로 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처럼 손님을 영접한 일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 위원장이 백화원영빈관까지 동승한 차량에서 김 대통령과 상당한 대화를 나눈 것도 주목된다. 두 사람만의 공간이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되기 어려운 문제를 끄집어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서독의 브란트 수상이 지난 70년 3월 19일 동독의 에어푸르트를 처음으로 방문해 동독의 슈토프 총리와 손을 맞잡았을 당시에는 의전행사가 생략됐다. 또한 94년 6월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이 판문점을 통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김영남 당시 부총리겸 외교부장이 맞았다.
이같은 역사적 기록을 더듬어 볼 때 김 위원장이 직접 나와 김 대통령을 영접하고 의전행사를 마련한 것은 국빈 방문 이상의 대접을 한 것이란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공항 의전행사부터 파격적으로 해 상당히 놀라웠다"면서 "북한의 회담 준비자세를 볼 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합 (2000/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