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의원 인터뷰


▶김원웅 의원

6월 19일 한나라당 당사에서는 기자회견이 두 건 열렸다. 이회창총재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을 밝힌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김원웅의원이 이총재의 기자회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 김의원은 "민족적 관점에서 벗어나는 당론에는 승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날 한나라당 안에서는 김의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김의원은 정치인들의 주가를 매기는 인터넷 사이트 포스닥에서 이 날 이후 사흘간 상종가를 쳤다.

문-한나라당 안에서 당론에 따르지 않은 김의원을 비판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답-당론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한나라당의원 133명에게 일사분란하게 이회창총재와 같이 생각하라, 혹은 민주당의원119명에게 김대중대통령과 같이 생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은 대단히 중요한 민족적 사건입니다. 이런 사안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몇몇 임명직 당직자가 결정한 당론을 따를 수는 없습니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책임이 있습니다. 당론이 의원 개개인의 의사를 굴절시켜서는 안됩니다. 당론을 강요해서는 풍향계같은 정치인만을 양산할 뿐입니다.

문-당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었는데 기자회견이라는 파격적인 형식을 취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답-기자회견을 한 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면 내 방에 와서 미리 얘기하지 그랬냐"고 말하더군요. 그러나 그런 생각이야말로 잘못된 것입니다. 의원이 자기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힐 기회와 공간이 많아져야만 민주적인 정당문화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할 말 있으면 내 방으로 오라는 발상자체가 권위주의의 표현입니다.

문-기자회견은 홀로 결정한 것입니까? 젊은 개혁파 의원들과 의견교환은 없었습니까?

답-최근의 남북정상회담 정국에서 당지도부가 보인 태도가 저로서는 못마땅했습니다. 정치적 이해와 민족적 흥망성쇠를 구분하는 분별력이 여야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어느 정당이든지 민족문제를 정쟁에 이용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자회견 1주일 전부터 할 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소장파의원 몇 사람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들도 모두 저와 생각이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선의원들에게 기자회견에 동참하라고 권유하기에는 그들이 부담을 느낄 것 같아서 제가 총대를 멘다는 심정으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문-김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한나라당 내부의 냉전적 사고`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것입니까?

답-국민들이 환상에 젖어 있다는 당지도부의 인식이야말로 냉전적 사고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분단국가 정치지도자로서의 고뇌가 있었다면 국민들의 반응에서 환상이 아니라 희망을 보았을 것입니다. `자주`라는 공동선언의 표현을 보고 한미관계 손상을 우려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냉전적 사고나 사대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남북정상회담을 냉전논리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집권을 꿈꾸는 정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문-기자회견 때 미국의 이익과 충돌할 때는 민족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그럼 북한 핵과 주한미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답-주한미군의 역할이 냉전시대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병과,규모,주둔지,보유무기 등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북한에는 주한미군의 달라진 역할을 설득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힘의 균형을 위해 미군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남북간에 합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 핵을 거론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야당총재가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로 북한 핵을 거론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의제가 안된다면 회담을 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남북문제는 열린 자세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문-한나라당은 보수정당입니다. 김의원이 당지도부에 너무 어려운 주문을 하는 것은 아닙니까?

답-이제는 보수냐 진보냐 하는 잣대만으로 우리 사회를 재단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의 정당은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당내의 이념지평을 확장해야 합니다.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넉넉한 정당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은 보수를 넘어 수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총재가 이들에게 업혀 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 한나라당 안의 개혁노선은 마치 여자들의 속치마처럼 힐끗힐끗 드러날 뿐입니다.

문-일부에서는 상임위원장 직을 맡지 못하자 돌출행동을 했다는 주장도 있고, 또 일부에서는 탈당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답-저는 한나라당을 끝까지 지킬 것입니다. 저는 저저번 대선 때 DJ를 위해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그것은 DJ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약속을 어겼습니다. 그 결과 우리 정치문화는 한발짝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그후 통추의 여러분들이 다시 DJ와 함께 하기로 했지만 저는 거절했습니다. 저는 통합야당을 깨고 더구나 수구세력인 JP와 연대해 집권에 성공한 DJ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문-총선 직후부터 탈계보 선언을 하는 등 개혁적 발언 수위를 높여왔는데요, 한나라당의 개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답-한나라당은 지난 총선에서 영남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한나라당에 뒤졌습니다. 특히 20-30대층의 지지율이 떨어집니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한나라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확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당내 민주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당론은 아주 제한적이고 최소화해야 합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정책문제까지 정치쟁점으로 삼는 논리를 배격해야 합니다. 또한 한나라당의 개혁 못지않게 전반적인 정치개혁이 필요합니다. 정당,청와대,1인보스로부터 국회의원을 독립시켜야 합니다. 국회의원의 위상과 역할이 확고해야 정치가 제대로 설 수 있다고 봅니다.

문-당내의 젊은 개혁세력들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습니까?

답-일부는 고민하면서 침묵을 지키고 일부는 자기 소신을 당론에 맞추고 있습니다. 자기 발로 설 수 없으면 자기 소신을 펼 수 없습니다. 공천을 못 받더라도 살아날 수 있도록 지역기반을 튼튼히 해놓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문-앞으로 정치인으로서 어떤 평가를 받고 싶습니까?

답-정치노선은 틀리지만 저는 민정당시절 이춘구의원이나 민주당 조순형의원을 존경합니다. 그 분들 같은 의원이 많았으면 합니다. 지금 국회에는 풋내기 야심가는 많지만 정도를 걷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저는 원칙주의자, 정도를 걷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시사저널 2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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