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관 기자(ckkim@tongilnews.com)


▶천손의 나라 (상, 중, 하)
[저자] 정호일  [출판사] 우리겨레
새해 1일자 신문을 펼쳐 본 사람이면 누구나 정치, 경제관련 특집 기사들을 접했을 것이다. 그것은 어김없이 대통령선거 관련 여론조사와 중국 특집기사로 채워져 있게 마련이다.

어지러운 정치기사들과 중국이 뜨고 있다는 비명 속에 새해를 맞는 우리의 초라한 자화상이 추위에 움추린 어깨를 더욱 쓸쓸하게 하고 있다.

소설 광개토호태황 - 『천손의 나라』, 우리겨레 출판사에서 상,중,하 세권으로 엮은 이 책은 움추린 우리의 어깨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광활한 대륙을 향해 뻗어나가는 웅혼한 민족적 기상을 광개토호태황(광개토대왕)을 통해 남김없이 보여주는 『천손의 나라』는 소설책이자 역사책이다.

저자는 책의 시작부터 당시 고구려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가 하면 삼국사기 등 사료와 자료를 중간 중간에 직접 인용하는 소설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단순한 세 권의 소설책을 읽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안내서를 따라 1,600여년 전의 우리의 역사를 간접 체험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소설에서 담덕 태자, 광개토호태왕으로 나오는 광개토대왕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 한민족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중흥기를 구가했던 고구려의 영락태왕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개척하고, 당시 중국 천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연호 `영락`을 사용한 왕인 것이다.

저자는 고구려를 단군조선의 정통을 이어받은 `천손의 아들이 다스리는 나라`로 묘사하고 있으며 담덕이 단군조선의 징표인 용광검의 주인이 되도록 배치하는 등 고구려와 광개토대왕을 단군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민족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희미해져 가는 단군의 자손이라는 민족의식과 웅혼한 대륙의 기상을 광개토대왕을 통해 되살리고자 한 것이 저자의 숨김없는 의도이며, 특히 외침을 물리치고 민족의 존엄을 지켜나가는 민족 자주의식과 역사의 주인은 민(民)이라는 민중의식을 일관되게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은 역시 소설로서 잘 읽혀질 때 비로소 독자를 통해 생명력을 얻게되기 마련이다. 삼국지와 무협지를 방불케하는 군사적 이야기 전개와 사극을 연상케하는 권력 쟁투, 그리고 인간애와 사랑 등 다양한 소설적 요소들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저자의 선명한 인간관과 역사의식, 투지와 기개가 돋보이는 독특한 필치는 여성스런 세심한 필체에 길들여져 온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독서의 즐거움을 제공해 준다.

그러나 이 책 역시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다소 작위적인 인물설정이나 목적의식적인 필치, 역사 해설적 묘사는 소설의 완결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해 새 마음으로 조국의 미래를 고민하고 구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지난 우리 역사의 영웅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정통성과 웅혼한 기상을 고취시켜줄 것임에 틀림없다.

실망스러운 정치권의 소식이나 중국의 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우리네 평범한 반도의 남단 사람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각성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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