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복원 기공식 행사가 열린 18일 오전 한나라당 기자실에는 당국방위원장 박세환(朴世煥)의원 명의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보도자료에서 당 국방위는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의 제도화를 통한실질적 긴장완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경의선 복원의 유보를 촉구했다.기공식 행사에 불참한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의중을 반영한것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기공식 행사에 건교위와 통일외교통상위등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이 참석하는 것을 사전 ‘용인’했다.다른상임위 소속이라도 개별 의원의 자발적인 기공식 참여를 막지는 않았다.대북관계를 둘러싸고 자칫 한나라당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우려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이날 박 의원 명의의 보도자료에 이은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의 논평은 당 지도부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권 대변인은 “정부는 태풍 피해로 절망하는 우리 국민부터 살린 뒤에 북한을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박 의원 명의의 보도자료에는 “‘적’의 기계화부대를 효율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경의선 복원으로 인해 철도를 ‘적’의 특수부대가 사전 검거할 경우…” 등 냉전적 표현이 재연됐다.여론에떼밀려 당 소속 의원의 기공식 참여를 허용하면서도 대북 적대 의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등 인식의 한계를 노정했다는 지적이다.

박찬구기자 ckpark@kdaily.com

대한매일 2000-09-19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