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의원 모임인 `미래연대` 공동대표인 남경필 김부겸 의원은 14일 이회창 총재를 만나, 이 총재가 18일 열리는 경의선 복원 기념행사에 참석할 것을 건의했다. 한 초선의원은 15일 "기념행사 참석은 우리 당이 `남북문제에 발목을 잡는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뜻은 잘 알겠으나, 당내에 다른 생각도 많은 것 같다"고 부정적인 태도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총재 주변에선 불참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총재의 한 측근은 "애초 남북합의와 달리 북쪽이 복원에 착수하지 않고 있고, 우리쪽 기념행사 참석 요청도 거부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부영 부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도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승해, 남북관계 진전의 흐름에 함께 해야 한다"며 자세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6.15 공동선언은 이전의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실질적 성과로 구현해낸 것"이라며 "김 대통령이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 남북문제를 잘 해나가고 있다고 본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남북관계는 발전적으로 승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 규탄 서명운동`을 놓고도 당내에 시각차가 크다. 일부에선 `반 김정일 운동`이 정치세력화로 이어져 영남권 지지기반을 잠식할 수도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다른 쪽에선 김 전 대통령이 극우적인 태도를 표명한 만큼 한나라당은 이를 활용해 합리적 견제세력임을 부각시킬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고 일단은 중립적인 태도를 밝혔다.
정재권 박용현 기자 jjk@hani.co.kr
`간첩두목` `북에 가족 있다는데...` / 야, 남북교섭 당사자들에 막말
한나라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대북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보다는 남북의 교섭 당사자에 대해 막말을 쓰며 인신공격에 열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5일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당3역회의에서 오고간 말은 그 대표적인 실례다. 먼저 목요상 정책위 의장은 "대공수사 총책인 국정원장이 `대남총책`을 수행하는 마당에 앞으로 대공수사는 누가 하느냐"면서 임동원 국정원장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이에 김기배 총장은 "차제에 대북관계 맡는 사람에 대해 당 차원에서 전반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어 정창화 총무는 "간첩두목(김용순 노동당 비서)이 버젓이 왔다갔다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권철현 대변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박재규 통일부 장관이 경남대 총장 때 486컴퓨터 100대를 북한에 보냈다"며 "이런 인물이 장관을 맡고 있으니."라며 박 장관까지 문제삼았다. 그는 또 일본의 한 시사주간지 기사를 인용해 "임 원장의 가족이 북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에 가족이 있는 사람이 대북협상 전면에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앞서 한나라당은 14일 논평을 내어 "지금처럼 안보 긴장감이 해이한 때에 간첩 등 국가전복을 꾀하는 세력에 대해 국가를 수호할 책임이 있는 국정원장이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느냐"면서 임 원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런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 민주당쪽은 "북쪽에 가족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격시비를 건다면, 1천만 이산가족은 모두 남북 문제에 대해서 입을 다물어야 하고 관련 공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이는 분단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피해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최익림 기자
한겨레 200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