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한 관계의 진전을 지켜보면서 심각한 우려를 금치 못합니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지켜왔던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나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훼손될 수도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는데 대해 5년 동안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했던 사람으로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반드시 지적해야 하고 또 시정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의 평화논의는 찾아볼 수 없고 통일논의만 무성한 가운데 북한의 논리와 주장에 일방적으로 이끌려 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남북관계의 현주소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합의사항 중에는 `남한의 연합제안과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1국가 2체제를 인정한다는 의미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개념을 규정한 우리헌법 제4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김대중 정권의 헌법을 위반한 통일접근 태도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김대중정권은 남북문제에 있어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와 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독선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 자신도 불행해진다는 것을 경고해 둡니다.
아울러 북한도 남한에 대한 적화통일 야욕을 포기하고 인도적이고 민족적인 차원에서 남북한이 공존공영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김정일위원장의 서울방문을 거론하기 전에 수백만의 동족이 살상되었던 6.25 전쟁의 도발에 대한 분명한 시인과 사과, 그리고 국제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KAL기 폭파사건, 아웅산 테러 사건 등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만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북한은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철저한 공산 독재국가로서 주민을 억압해 왔습니다.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 남한만이 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통일을 원합니다.
그러나 공산통일은 원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2000년 8월 25일
金泳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