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한나라당 의원)
최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우리당의 평가와 자세에 대하여 본의원의 입장을 밝힙니다.
김대중정부가 거짓말을 일삼고,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고 이를 심화시키며, 독선적 공권력을 행사하고, 경제정책에 무능한 정권이란 면에서 집권세력으로서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는 정권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제1야당으로서 한나라당은 이런 부도덕한 정권을 철저히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우리당의 주요회의 결과 나온 일련의 발표는 냉전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시대착오적이란 발상이라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기대를 표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환상에 젖어 있다`는 표현으로 이 기대를 평가절하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환상에 젖어있는 것이 아니라 분단의 아픔을 해원하기 위한 희망에 부풀어 있는 것입니다. 분단국가의 정치지도자로서의 고뇌가 결여된 표현으로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는 주변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당사자 해결 우선이란 결연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우리민족끼리 자주적 통일을 하자는 부분에 대하여 `한·미관계 손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자칫 우리당이 미국에 사대하는 정치세력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했어야 합니다. 극단적인 경우, 미국이익에 부딪치더라도 민족통일을 관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안문제인 노근리, 매향리 그리고 굴욕적 한·미행정협정과 관련, 민족자존의 상흔에 가슴 아파하는 정치인이라면 어떻게 이런 발언을 할 수 있겠습니까?
본인은 궁극적으로 통일비용보다 통일후 경제적 이득이 더 크다고 믿습니다. 민족통일이 이루어지면 한반도 전체로서의 내수로만 경제운영이 가능한 규모인 7천만이 될 수 있다는 데도 기대가 큽니다. 만약 우리당이 `북한 SOC건설=북한의 군사력 증강`이란 치우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의 정당이라면, 국민들이 이런 정당에게 통일과업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우리가 집권하면 이런 방식의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비젼의 제시없이, 남북정상회담을 냉전논리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자기 이해에 매몰된 편협함만 드러내는 것입니다.
본인은 냉전적 사고에 찌들고, 민족문제에 투철하지 않은 당론에는 승복하지 않겠습니다. 어떠한 정치적 불이익이 있더라도 이 소신은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제 한국정치의 영역이 한반도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다음 정권은 민족주의 강도의 경쟁에서 이기는 정치 세력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민족문제에 보다 치열한 정당으로 한나라당의 체질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2000. 6.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