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발표된 제55주년 8.15 광복절 맞이 특별사면은 지난 6월의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르익은 민족화해 무드를 반영한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밀레니엄 첫 사면`이라는 명분에 걸맞게 규모면에서도 98년 국민의 정부 출범직후 단행된 3.13 대사면(522만7천327명) 이후 및 역대 광복절 경축 사면중에서 최대 규모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98년 8.15 사면때의 7천7명, 99년 2.25 사면의 8천808명, 99년 8.15 사면의 2천864명에 비해 4∼10배나 많은 3만647명이 이번에 특사 혜택을 입었다.

법무부는 사면배경에 대해 `분단 55년의 과거를 극복하고 역사적인 남북정상 회담으로 민족의 평화와 협력, 통일을 향한 기틀이 마련됨에 따라 대규모 사면을 단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취지에 따라 이번 사면에서는 남파간첩 `깐수`로 알려진 단국대 정수일 전 교수가 형집행정지로 석방되는 등 공안.시국 사범 1천101명이 혜택을 입었다.

특히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8.15 사면 등을 통해 석방된 비전향 장기수 19명과 가석방 등으로 풀려난 공안사범 83명에게 은전을 베푼 것도 남북 화해 무드에 따른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요소들을 이번 사면을 통해 전향적으로 제거함으로써 통일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이 이번에 대거 사면대상에 포함됨으로써 국보법 개폐 논의가 한층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 노사화합 차원에서 불법 노사분규나 불법집단 행동 주동자등을 포함한 969명에 대해 사면.복권 혜택을 준 것은 노동자를 끌어 안기 위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밀레니엄 첫 사면이라는 취지를 살려 IMF 사태라는 국가적 경제위기를 맞아 행정법규 등을 위반한 생계형 경제사범 2만2천235명에게 혜택을 준 것도 눈길이 가는 대목.

이밖에 지난해 8.15 사면에서 사형수 5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한데 이어 사형집행 대기중이던 사형수 2명에게 또다시 재생의 기회를 부여, 사형제도 존폐논란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면을 계기로 정치적 고려에 의해 사면이 자주 단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례없이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면이 대통령의 특권적 권한 행사라고는 하지만 1년에 2번꼴로 사법부의 유죄판결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을 외면한 처사일뿐 아니라 준법풍토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뇌물수수나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비리 정치인이나 선거사범들을 사면한 것은 부정부패 사범과 선거사범에 대한 당국의 엄단의지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8.15특사때 잔형면제 혜택을 받은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복권시킨 것이나 청구그룹으로부터 45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홍인길 전청와대 정무수석을 형집행정지로 석방하는 등 문민정부 시절의 비리관련 인사를 끼워넣기식으로 사면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중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이원조 전 의원을 비롯, 한보사건에 연루됐던 은행장들인 우찬목, 손홍균씨 등을 사면.복권한 것도 대화합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96년 4.11 총선때 선거법을 위반, 유죄가 확정된 홍준표 전 의원 등 15대 총선 이전 선거사범 382명을 복권시켜 정치 재개의 길을 열어 준 것은 향후 법집행 과정에서 장애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있다.


연합 (200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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