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일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55주년 행사에 초청을 받은 남측 단체및 인사의 방북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통일전선 전술과 남측의 국론분열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남북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결정했다`고 말해 이번 결정이 정부로서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음을 실토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 사회내부의 비판여론과 현 남북관계 진전 사이에서 초청 대상자에 대한 방북 허용 여부를 놓고 고민해 왔다.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사회내에 아직 `반공심리`가 남아있고 특히 북한 노동당이 북측의 유일지배 체제를 유지해온 중심 정치조직이라는 점에서 창건일에 참석을 허용하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때문이다.

또 최근 대북식량차관 지원과 이에 대한 분배투명성 등을 둘러싸고 국민감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이들의 방북을 선뜻 허용하지 못한 배경이 되어왔다.

반면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호전되고 있고 북측도 정치적으로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운 이산가족 문제에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남측이 북측의 초청을 무시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도 정부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즉 앞으로 장관급회담과 국방장관회담,적십자회담 등 한반도 현안을 논의할 자리가 줄이어 있음을 생각할 때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간 신뢰구축이라는 더욱 큰 목적 달성을 위해 작은 것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처럼 승인 허용에 대한 긍.부정의 이중적 요소로 정부는 북측이 이미 지난달 29일 초청을 공표하고 3일 편지를 보냈음에도 각급단체의 방북신청이 들어오고 승인일이 다가와서야 제한적 허용이라는 결정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가 과연 긍정적인 결과로만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98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정치적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도 문규현 신부가 통일대축전에 참가해 사회적 물의가 생겼었고 작년에는 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대표단의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들이 이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어 북측의 정치선전에 현혹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질서를 존중하는 테두리 내에서 행동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가는 것인 만큼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 일부 사회 단체의 대표나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정부의(노동당 창건 기념행사 참가를 위한) 방북 허용 조치에 대해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보수세력들은 이들의 방북이 자칫 노동당 창건 `축하 방북`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이 대남 적화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는 노동당 규약을 버젓이 갖고 있는 상황임을 들어 정부의 조건부 참가 허용 조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 이번 행사가 정치적인 행사가 아닌 명절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 역시 남측에게는 설득력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정부의 조건부 허용이 향후 북한과의 접촉 또는 회담등에서 우리측의 명분과 입지를 넓혀갈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 사회 내부에서는 오히려 일부 세력간 갈등의 골이 깊어 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200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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