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욱기자(kjw@yna.co.kr)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당 55돌(10.10) 행사에 남한의 8개 단체 50여명이 참가를 희망하고 있으나 정부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북측은 지난 3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와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등 30개 단체와 저명 인사 6명에게 초청장을 발송했으며 이들 30개 단체 가운데 범남본과 전국연합,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민가협, 한총련 등 8개 단체가 참가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관계 당국 전반의 견해는 초청 단체의 방북을 허락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요 단체나 인사들에게 북측 행사에 참가하지 말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단체 차원의 초청을 받은 경실련 통일협회나 개인 차원의 초청을 받은 이 협회 이사장인 한완상(韓完相) 상지대총장(전 통일부총리)은 대체로 참가를 희망하고 있으나 한 이사장이 통일부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서 `정부의 입장`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통일부는 또 김구선생 추모 사업 논의를 위해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관계자와 함께 방북신청서를 제출했던 변정수(卞禎洙) 변호사(전 헌법재판관)에 대해 노동당 행사 기간을 피해 14일부터 20일까지 방북하도록 허가해 노동당 창당기념 행사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관계 당국이 노동당 행사를 애써 기피하거나 이에 참가하려는 단체 또는 개인의 방북을 허가 또는 불허하는 기준이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나 대다수 언론은 `국민 정서`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일련의 남북대화가 사실상 `정부의 결단`에 의해 이뤄지고 있음을 볼때 `국민 정서` 운운은 아무래도 군색하다.

평양 정상회담 이후 남과 북 모두 남북관계에 임하는 태도와 모든 정책 결정의 기준은 사실상 `6.15남북공동선언`이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함에는 이견이 없다.

이미 세 차례 열린 남북장관급회담과 두 차례 진행된 남북적십자회담은 물론 새로 시작된 국방장관회담이나 경제실무회담의 공동보도문에는 한결같이 6.15선언을 첫 머리에 내세웠다.

이 선언이야말로 급박한 한반도 정세변화에 미처 따라오지 못하는 다수 일반 국민의 정서적 반발을 무마시키는 대의명분인 동시에 앞으로 진행될 남북관계의 방향타와 같은 것이다.

또 남측은 9월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3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경평축구와 대학생 교류 등을 요청한 마당에 `국민 정서`를 내세워 북측과의 교류와 접촉을 막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당 대회가 열리지 않음으로써 `남조선 혁명`을 규정한 당 규약이 개정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때와 남측 언론사 사장단 방북 등 두 차례에 걸쳐 규약 개정의 뜻을 밝힌 이상 계속 이를 의심할 필요가 있을까?.

북측의 이번 제의를 정부가 외면하는 것은 앞으로 있을 남북회담에서의 정부 스스로가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6일 통일부에 방북을 신청한 범민련 남측본부와 전국연합, 민주노총 등 8개 단체들은 "형제의 명절을 함께 축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정부의 허가 여부에 관계 없이 방북을 결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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