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1월 3일 벌어질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이 확정됐습니다. 지난 8월 20일을 전후해 공화당과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각각 트럼프 후보와 바이든 후보를 선출했습니다. 남은 기간은 약 두 달. 현재 판세는 바이든 후보가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한때 미 대선과 관련 ‘10월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란 말이 나왔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말에 “만약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후, 급기야 인구에 회자됐습니다.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조차 미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을 뜻하는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미 대선과 관련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두 가지가 맞을 때입니다. 하나는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을 때, 다른 하나는 서프라이즈를 일으킬만한 위치나 역량이 있을 때입니다. 앞서고 있는데 굳이 판을 바꿀 필요가 없으며 또 역량이 안 된다면 서프라이즈를 일으킬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위 두 가지 조건이 트럼프에겐 맞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 뒤지고 있고 또 현직 대통령이란 프리미엄을 갖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할 것이고 그 파트너는 북한이 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트럼프가 외교적 치적으로 대북관계를 내세우고 있는데 아직 못다한 것을 이루기 위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느 분석가는 ‘10월 서프라이즈’는 북미 정상회담이 아니라 미국의 코로나 백신 개발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난 8월 말 스티브 한 FDA 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FDA가 3상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트럼프와 이해가 일치합니다. 트럼프 측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신속한 백신 개발을 계속 타진하고 있으니까요. 코로나19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가 백신 개발 소식을 선점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위기 탈출이 되겠지요.

그러면 ‘10월 서프라이즈’로서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할까요? 여기엔 필요충분조건이 있습니다. 충분조건으로서 트럼프가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또 필요조건으로 북한이 호응해주는 것입니다.

전자는 트럼프의 패배가 확실해지는 경우인데, 이건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트럼프가 바이든에 밀리고는 있지만 최근 대선 후보자 확정으로 그 차이가 좁혀졌으며, 이 정도라면 ‘2016년 대 힐러리 전’을 복기해 보면 충분히 추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후자인 북한은 어떨까요? 북한은 미국 내 대선이라는 내정에 개입하기를 꺼려할 것이고 나아가 외부세계에서 북한이 미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말밥에 오르는 것조차 원치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그 답을 내놨습니다. 지난 달 당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한다고 내외에 밝힌 것입니다. 이는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상관하지 않고 대선 후에 움직이겠다는 메시지입니다.

따라서 지금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은 알 수 없습니다. 2019년 6월말 판문점에서의 ‘김정은-트럼프’ 깜짝 회동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부터 시작돼 하루 이틀 만에 성사된 ‘역사적 사건’입니다.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 정상들 간에조차 만나기 어려운 이 시기에 트럼프의 의외성과 김정은의 전격성이 맞아떨어져 ‘제2의 판문점 회동’ 격인 ‘10월 서프라이즈’가 발생하길 기대하는 건 너무 지나친 처사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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