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정 / 종주대장

 

일 자: 2020년 6월 28일(토요무박 일요산행)
구 간: 미시령~황철북봉~황철봉~저항령~저항봉~마등봉~마등령~비선대~설악동소공원
산행거리: 16.5KM
산행시간: 12시간 50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산행인원: 12명

 

▲ 황철북봉을 오르며 잠시 쉬면서 단체로 한 컷.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백두대간이 두 구간 남았다. 지난 구간도 그랬지만 설악산 깊숙이 들어서면서 암릉이 이어지는 구간들이다.

이번 산행은 황철북봉에서 저항봉까지 우리나라 남쪽 최대 규모의 너덜지대를 지나야 하는 구간이다. 혹자들은 거짓말 조금 보태 “집채만 한 바위로 이루어진 너덜지대”라고 하는 악명 높은 곳이다.

주말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 수시로 일기예보를 검색해 본다. 산행 전날 예보를 확인하니 황철봉을 넘어 마등령에 도착할 때인 12시쯤부터 비가 조금 내린다 하니 다행스런 마음으로 산행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야심한 새벽 2시 미시령에 도착했다. 미시령에 새로이 전망대도 만들어지고 주변 공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혹시 들머리를 찾는데 애를 먹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며 맞은편 공단 초소 쪽에 들렀다가 돌아와 표지석에 올라 주위를 살펴본다.

다행히 별로 변한 게 없어 안도하며 단체사진도 생략한 채 들머리로 신속히 진입했다. 대원들에게 초반에 서둘러 오르자고 재촉하며 빠르게 올라챈다. 뒤 따라 오는 대원들 숨소리가 거칠어 졌다. 10여분쯤 올라 미시령 쪽 불빛이 보이지 않는 숲속으로 접어들면서 정상속도로 진행한다.

어제 비가 왔는지 젖어 있는 나뭇잎이 바지에 스치며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이 상쾌하다. 30여분 정도 지났을까 등산로 주변이 많이 파헤쳐져 있어서 멧돼지가 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못 보던 리본이 나무에 매달려 있어 자세히 보니 “6.25 전사자 탐사 식별 표식”이라 Tm여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 표식도 있다. 유해발굴 작업 중인 것으로 보인다. 중간중간 장비보관 텐트도 보인다.

미시령 일대에서 고지전이 치열하게 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남쪽과 북쪽 군인들 모두 많이 희생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숙연한 마음이 든다. 바로 며칠 전이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 아니었던가?

▲ 어둠을 뚫고 황철북봉을 향해 너덜지대를 오르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미시령삼거리를 지나고 3시 30분쯤 황철북봉을 오르는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어둠속에서 조심스럽게 너덜을 오른다. 너덜지대 중간중간에 세워진 야광 안내봉을 바라보며 방향을 잡아 올라간다. 미시령에서 단체사진을 생략하고 올라 왔으니 단체사진을 찍고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 속초 앞 바다가 오징어잡이 배 집어등으로 휘황하게 빛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너덜에 걸터앉아 속초 쪽 바다를 보니 오징어잡이 배 집어등이 휘황하게 불을 밝히고 있고 반대편 인제 쪽으로는 산봉우리 사이로 운해가 피어오르고 있다. 적막한 어둠속 눈에 오는 검푸른 숲과 산그리메 그리고 하늘. 야간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에 잠시 젖어본다.

4시 30분경 황철북봉에 도착. 삼각점이 황철북봉임을 알려주고 있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 일출을 보긴 어려울 것 같다.

▲ 황철봉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5시30분경 황철봉에 도착하니 완연히 날이 밝았다. 편안하게 쉬기엔 자리가 좁아 단체사진만 찍고 저항령으로 내려가 쉬기로 한다. 횡철봉을 내려가면서 바라본 저항봉 쪽 칼바위 암릉과 너덜지대가 장관이다.

▲ 황철봉에서 저항령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이날 산행의 유일한 밧줄 구간을 내려오는 고영균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6시40분 경 저항령에 도착. 원래 저항령에서 아침식사를 할 작정이었으나 식사 후 저항봉으로 오르려면 힘들기에 저항봉에 올라 아침식사를 하기로 하고 잠시 쉬면서 행동식으로 간단히 허기를 달랜다.

▲ 저항령에서 박명한 대원. 오른쪽으로 난 길이 저항봉으로 가는 길이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저항령에는 샘도 있고 길골이나 널협이골을 통해 백담사 방향으로 내려 갈 수 있어 산꾼들이 야영도 많이 하는 곳이다. 10여 년 전 어느 가을 황철봉에서 마가목 열매를 따고 길골을 통해 백담사로 내려간 추억이 있는 곳이다.

▲ 유난히 너덜을 싫어하는 김성국 대원이 힘겹게 황철봉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네발로 너덜을 오르는 장소영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저항봉에 오르면서 뒤돌아 본 저항령 계곡과 멀리 속초 방향으로 보이는 달마봉.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칼바위 능선과 너덜로 이루어진 저항봉. 멀리 뒤쪽으로 대청봉이 보인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저항봉 너덜을 오르면서 황철봉을 배경으로 이계환, 이석화, 김태현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잠시 쉬고 저항봉을 향해 마지막 너덜지대를 올라간다. 저항봉에 올라 찾아보니 마침 우리 식구들이 간신히 앉아 먹을 공간이 있어 자리를 잡는다. 고영균 대원이 서서 식사를 하기에 물어 보니 너덜을 지나다 미끄러져 엉치뼈가 아파 앉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다행히 걷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식사 중 타 산악회 팀들이 하나둘 저항봉을 넘어 오면서 우리팀을 쳐다보면서 맛있게 드시라고 한마디씩 한다. 그 중 한분은 심주이 총무를 보며 “내가 산행하면서 가장 이쁜 산악회 총무를 봤다”며 너스레를 떤다.

▲ 저항봉 전망바위에서 이석화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식사를 마치고 저항봉 정상 전망대 바위에서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마지막 봉우리 마등봉을 오를 채비를 한다. 황철봉 너덜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마등봉까지 가는 길도 너덜의 연속이다.

비가 오려는지 저항령 쪽에서 안개가 자욱하게 올라온다. 산 밑에서 보면 구름이 몰려오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황철봉 너머로 울산바위도 보인다.

▲ 마등봉 정상에서 심주이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드디어 마등봉에 올랐다. 힘들게 마등봉에 도착한 대원들의 얼굴엔 뿌듯한 표정이 역력하다. 저항봉에서 가지고 온 남은 음식들을 모두 털기로 하고 휴식을 취한다. 이제는 설악동까지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마등령까지 1Km는 족히 되는 줄 알았는데 불과 10분 만에 도착했다. 아마 비선대에서 마등령까지 힘겹게 올라온 후 마등봉까지 북진으로 간 기억이 선명하여 거리를 실제보다 긴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곳 같다.

이제 하산길만 남았다. 마등령에서 설악동까지 7Km, 그 중에서 비선대까지 3.5KM가 관건이다. 너덜길에다 경사도 가팔라 힘이 많이 빠진 대원들은 많이 힘들 것이다. 내려오다 마등령샘 물맛을 확인해 본다.

▲ 금강굴 앞 전망대에서 김익흥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하산길 시간을 보아 금강굴에 들러볼까 싶다. 그간 이 길을 여러 번 오르내렸어도 금강굴엔 들르지 않았다. 신혼여행 때 올라가 보고 그간 한 번도 올라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금강굴 밑에 도착하니 나도 다리에 힘이 빠져 금강굴까지 가기가 싫어졌다. 대신 그 아래 전망대까지만 오른다. 조금 뒤에 김태현 대원와 김익흥 대원이 뒤따라 올라온다.

▲ 금강굴이 있는 장군봉을 오르는 클라이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전망대 왼편 아래로는 장군봉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이 매달려 있고, 정면으로는 권금성이 있는 집선봉이 운무에 쌓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멋진 전망대인데 다른 대원들은 지쳐서 올라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아래에서 쉬고 있다.

이제 힘든 구간은 다 내려왔다. 후미가 내려오는 모습을 확인하고 다들 일어나 마지막 걸음을 재촉한다.

비선대에 오니 계곡물에 들어가고픈 마음이 굴뚝이다. 발바닥엔 불이 나고 온몸이 땀에 절었다. 조금 더 내려오니 다른 산행객들이 계곡물에서 씻고 나오는 모습이 보여 우리들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잘 안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족탕을 했다. 족탕을 하니 발이 한결 편해졌다. 마지막 신흥사 일주문까지 내려와 이번 산행을 마무리한다.

▲ 산행의 날머리 신흥사 일주문 앞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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