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오는 16일부터 28일까지 후반기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1일부터 사전연습에 돌입해 14일까지 진행되며, 사전연습 이후 16일부터는 본 훈련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다 얼음장 같은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볼 때 이번 군사훈련은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 기대를 현실화하기 위해 남측 진보진영은 진작 실력행사에 들어갔습니다. 남측의 각 지역 통일운동권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 시위에 들어갔으며, 특히 오는 15일 ‘광복 75주년 8.15민족자주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8.15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는 10일부터 14일까지 광화문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한미 워킹그룹 해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8.15 비상행동’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나 실력행사와 달리 이번 군사훈련은 ‘중단’이 아닌 ‘실시’이며, 대신 규모에서는 예년보다 ‘축소’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훈련 규모의 축소와 상관없이 중단이 아닌 실시로 인해 우리 정부는 게도 구럭도 다 잃지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이번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한반도 정세가 꽉 얼어붙은 가운데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북미관계나 남북관계 개선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예년의 사례에서도 보듯 한미가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그만큼 북미와 남북이 각각 대화할 공간이 넓어집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10월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10월 서프라이즈’란 미국에서 대선 전에 선거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가리킵니다. 즉 대선에서 불리한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사전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데,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 그 바로미터인 셈입니다.

아울러 지난 6월 중순경 북측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있다가 최근 남측에서 통일부 장관이 교체되고 새 장관이 남북 교류와 경협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하던 터라 대화 분위기가 살아날지 일시 기대가 되던 참이었습니다. 한미 군사훈련이 중단되면 남북과 북미 간에 각각 대화의 불씨가 지펴질 공산이 있었으나, 어쨌든 군사훈련을 한다고 하니 ‘10월 서프라이즈’는 물 건너가고 남측의 유화 제스처도 머쓱해지는 모양새입니다.

다른 하나는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입니다. 이번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핵심은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을 미래연합군사령부의 FOC 검증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필수 절차라고 합니다. 그런데 FOC 검증이 그 일부만 진행될지 아예 제외될지 한미 간에도 조율되지 않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다소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올해 FOC 검증을 마치고 내년에 최종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거쳐 문재인 정부 임기가 마무리되는 2022년 내에 전작권 전환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세운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만 하든 제외되든 간에 어차피 FOC 검증 작업을 올해 마무리하기 어려워지면서, 전작권 전환의 전체 계획도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도 훼손시키고 또 전작권 반환도 지연시키는 이런 훈련을 왜 하냐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해 군사훈련을 막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게’와 전작권 반환이라는 ‘구럭’도 다 잃게 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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